더 티 토크

2025. 7. 24

by 지홀

"좋은 자세도 오래 하고 있으면 몸에 나빠요"

펠든크라이스 무브를 가르치는 김윤진 선생의 말을 듣고 한 대 맞은 듯했다.


"몸은 자꾸 움직여줘야 해요. 아주 작은 움직임이더라도. 기름칠을 해줘야 해요"


"더 티 토크쇼"라는 북토크에 다녀왔다. 언뜻 읽으면 "더티 토크"로 더러운 토크?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데,

더 티 나게 읽고 쓰며 자랑해 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출판평론가 김성신, 정림건축 CM 대표 방명세, 작가 편성준 세 사람이 글을 쓰고 기록하며 어떻게 삶이 변했는지를 얘기하는 시간이었다.


글을 계속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귀에 쏙 들어오는 얘기들이 많았다. 김성신 평론가가 책을 쓰기 전에 기획서 써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책 제목, 부제, 목차를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아이디어도 샘솟는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넘칠 때면 하루에 2, 3개의 기획서도 쓰게 된다고 했다. 출판사에서는 전체 책 내용을 다 쓴 것보다 기획서를 가지고 얘기하는 걸 선호한다고. 그래야 서로 의견을 나누기 용이하단다. 100% 다 쓴 책의 내용을 수정 요구하기가 어렵다면서.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래서 투고할 때 출판사에서 자신들과 맞지 않는다고 한 거구나 싶다. 그리고 그는 '엄두'를 내라고 했다. '과연 내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미 작가다'라는 마인드로 엄두내서 글을 쓰라고 했다. 그의 말은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말과 비슷한데 어떤 일을 깨닫고 실제 성공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는 공통점이 많다. 시크릿이라는 책에도 나오듯, 바라는 것이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세상에 단 한 권만 책을 남긴다면 어떤 책을 남기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의 인간"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단 한 권만 남겨야 한다면 두꺼운 책을 남겨야 하지 않겠냐면서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이라고 농담했다. 그가 암 선고를 받고 투병하면서 죽음에 좀 의연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그 책의 영향이라는 말을 할 때 책 이름과 저자 이름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그러나 1,000페이지에 달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눈과 입이 크게 벌어졌다. 세상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방명세 대표는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수첩에 적고 그림으로 남기며 기록한 결과물로 전시회를 열었다. 곧 책도 출판된다고 한다. 책을 출간하지 않고 북토크에 참여하는 사람이 되었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수년간 일기처럼 현장을 기록하는 일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의 꾸준함과 성실함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편성준 작가는 독전, 독 중, 독후감을 쓰면 책 내용을 더 잘 기억하게 되고 훌륭한 글감으로 활용하기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대부분 독후감을 쓰거나 책을 읽고 토론을 하지만 책 읽기 전의 느낌과 생각,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들은 잘 적지 않는다면서 그걸 모두 독후감 쓸 때 쓰려고 하지만 떠올랐던 것들은 어디론가 휘리릭 사라져 버리고 만다고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적는 습관을 들이라고 했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거나 말거나. 그게 티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당당하게 티를 내라고.


세 사람의 얘기는 나의 용기를 불러일으키는, 자극되는 것들이었다. 그래, 꾸준히 내 페이스대로 쓰다 보면 분명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겠지. 애초 유명한 작가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으나 꾸준히 책을 내는 작가가 될 수 있겠지. 내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흔들리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용기가 생긴다.


행사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는데 중간에 배우 심은우가 낭독 공연을 했다. 다른 배우들의 낭독 공연을 볼 때마다 느낀 거지만 소리만으로도 어떻게 이렇게 인물의 감정을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놀랍다. 배우는 역시 발성과 전달력이 남다르다.


"더 티 토크쇼"에서 가장 큰 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펠든크라이스 무브를 경험한 일이다. 인스타그램을 팔로우만 하면서 한번 체험해 보고 싶었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필라테스에서 배웠던 몸 움직임과 비슷하지만 좀 더 자유롭다. 동작을 맞게 하느냐의 여부보다 내 몸에 맞게 내 속도대로 움직인다. 늘 어깨와 목이 아프고 특히 요새는 고개를 숙일 때마다 뒷목이 너무 당겼는데, 오늘 배운 동작은 아주 유용하다. 유튜버 "자세요정"에서 본 거북목 교정자세와도 조금 비슷했다.


편성준 작가의 아내는 출판 기획자다. 그녀가 이번 토크쇼를 기획했다. 그녀가 하는 일의 타이틀이 재미있다. "독하다, 토요일"은 토요일에 하는 독서 모임이고 지금은 중단됐지만 "소금책"은 소행성에서 금요일에 하는 북토크였다. 소행성은 편성준, 윤혜자 두 사람이 사는 집의 이름이다. 이런 기발한 제목은 카피라이터였던 편성준 작가에게서 나온다. 윤혜자 기획자의 아이디어에 화룡점정을 찍는 건 남편의 작명이 아닐까 싶다. 내조외조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는 부부다. 보기 좋다. 부럽다.


편성준 작가가 참가비 2만 원을 내고 오셨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2만 원의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다음은 어떤 토크쇼가 열릴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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