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7. 29
복잡한 머릿속을 일시 마비시키려는 일 중의 하나가 웹툰, 웹소설을 보는 일이다. 마니아적 면모를 보일 때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들어가서 여러 개의 연재물을 한꺼번에 봤다. 지금은 며칠에 한 번 방문하는데, 즐겨보던 웹툰이 대부분 휴재 상태기 때문이다. 웹소설은 새로운 작품을 읽기 시작하면 손을 놓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는 중이다. 재미있는 웹소설은 끝을 봐야 후련해지므로 완결되지 않은 건 읽지 않는다. 반면, 웹툰은 완결되지 않아도 본다. 대개 이미 흥미롭게 읽었던 웹소설이 웹툰화된 것을 보므로, 결말을 알고 있기에 연재 중이어도 괜찮다. 텍스트로 상상하던 걸 그림으로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웹소설로 세 번 정도 읽은 작품이 웹툰화되어 연재 중이다. 1주일에 한 편씩 올라오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그 시간을 참지 못하고 '쿠키'를 사용한다. 그런데 몇 주째 새로운 회차가 올라오지 않는다. 원래 업로드되었어야 할 날에 다음 주에 올리겠다는 공지를 봤으나, 그 후로는 공지에 아무 말이 없다. 하도 궁금하여 작가방에 들어가 보니 11월에 돌아오겠다고 한다. 웹소설이 길다 보니 웹툰화를 하면 보통 시즌 1, 2, 3 식으로 나누어서 시즌이 끝날 때마다 제법 긴 휴재기간을 거친 후 돌아온다. 연재물이 올라올 시점에 한 주 정도 늦어지는 일은 다반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작가가 시즌을 마치고 쉬는 것도 아니고 건강상 이유로 장기휴재라는 말만 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무료로 볼 수 있도록 바뀐 지난 회차를 열었다. 그러다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작가를 공격하는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전후 사정을 읽어보니, 수년 전에 트레이싱을 옹호하는 글을 작성했던 모양이다. 그때는 익명성이 보장됐는데 최근 네이버 정책에 따라 크리에이터 아이디에 초록마크가 도입되면서 예전 옹호 글을 누가 작성한 건지 알려지게 된 거다. 트레이싱(tracing)이 무엇인지 몰라 찾아봤다.
남의 작품을 대고 따라 그리는 것.
표절하고 비슷하지만, 이건 남의 것을 대놓고 따라 그린 것이다. 인물 표정, 포즈 등을 그대로 그린 건데 그제야 사람의 동작, 표정 하나 그리는 일도 글쓰기만큼 어려운 일이란 걸 깨달았다. 더구나 극적 효과를 주려면 참고 이미지를 많이 봐야 할 텐데 자신이 생각한 그 느낌이 딱 표현된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쓰고 싶은 강한 유혹에 흔들릴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으로 얼마 전 12년간이나 네이버에서 연재하던 웹툰이 트레이싱 문제로 연재 중단 및 플랫폼에서 사라진 내용을 알게 됐다. 작가가 매주 마감에 쫓겨 마음이 조급했다고 사과했는데, 한편으로는 그 압박감이 이해되고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이었는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트레이싱, 표절은 창작자가 경계해야 될 일임이 틀림없다.
그나저나 애정하며 보던 웹툰의 작가가 논란에 휩싸여 장기 휴재한다니 낙이 하나 없어졌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그림체와 소설을 각색한 이야기 전개방식이 마음에 들었는데. 게다가 완전 뇌피셜로 완결하고 나면 드라마로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