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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이해

2025. 8. 6

by 지홀

숫자를 세는 단위를 일, 백, 십, 만, 천, 억, 조, 경까지는 알지만 그 후의 단위는 잘 모른다. 세야 할 상황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조까지 셀 일도 없다. 조 와 경 단위는 뉴스에 나오니까 안다. 경 다음에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아승기, 나유타, 불가사의, 무량대수로 부른다. 여기서 극, 불가사의 같은 단어가 숫자를 세는 단위인 줄 오늘 처음 알았다. 남극, 북극 할 때의 그 극이 끝을 나타내는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10의 48승이라고 한다. 불가사의는 10의 64승이고 무량대수는 10의 68승으로 가장 큰 값이라는데 그 크기를 짐작도 할 수 없다.


숫자 세는 단위 중 항하사는 인도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를 의미하는데 그만큼 셀 수 없는 숫자를 의미한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우주를 채우는 모래알 수를 10의 63승으로 계산했다는데, 불가사의에 맘먹는 크기다. 어떻게 그런 계산을 할 수 있는지 정말 불가사의다.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메가는 10의 6승이고 기가는 10의 9승이고 테라는 10의 15승이라는 것인데, 1메가가 1,000KB이고 1,000메가가 1기가라는 정도만 아는데 그걸 지수로 부르니 아주 낯설고, 나 같은 수학 문외한은 도무지 개념이 잡히지 않는다. 다만, 이 세상이 숫자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란 하루다.


구글의 창업자가 지으려고 했던 회사 이름은 원래 구골(googol)이었다고 한다. 구골은 10의 100승을 나타내는 아주 큰 숫자라고 하는데 회사명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직원의 실수로 구글(google)이 되었다는 일화를 들으니 이 회사가 거대한 글로벌 기업이 된 원인에 이름이 한 몫한 듯싶다. 마케팅에서 네이밍은 아주 중요한데, 나의 머리는 그런 쪽으로 굴러간다.


회사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중 AI와 인문학 강의에 나온 내용이다. AI가 사람처럼 감정을 느끼고 걱정하고 상상하고 깨달음을 얻고 억울해하고 딴생각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 중 나온 내용이다. 0과 1로 존재하는 인공지능의 원리를 듣다가 새로운 걸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었다. 사람이 억울함을 언제 느끼는지, 딴생각이란 무엇인지를 짚어주며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할 수 없는 것을 설명했다. 다만, 깨달음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얻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폈는데 생각은 숫자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침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 아침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된다. (08:38, 11:49, 11:50)

그의 주장은 우리가 갈 수 있는 마지막 땅을 지경이라고 하는데 지경을 넘어서면 경지에 이른다. '무려'라는 단어는 그 수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음을 나타내는 말인데, 숫자를 셀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뜻이다. 무려라는 말을 통해 그 숫자를 초월하고 뛰어넘는다. 인간은 숫자를 만들고 키우면서 세상을 변화시키고 깨달음을 얻는다. 거대한 숫자는 큰 깨달음을 주지만 깨달음의 순간은 아주 짧다. '찰나'의 순간에 불현듯 깨닫게 된다. '찰나'는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그때, 아주 짧은 순간을 말한다. 숫자로 10의 -18승이고 0에 가깝다. 불교에서 찰나는 두 명의 남자가 명주실을 잡아당겨 끊어지는 순간을 말하는데, 그 순간이 64 찰나다. 숫자는 인간의 생각과 문화를 만드는 도구이자 목표다. 인공지능에게 파라미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챗지피티 3.0의 AI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로 이뤄져 있는데 조 단위, 경 단위의 파라미터로 늘어난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다.(챗지피티에게 물어보니 GPT-5 계열은 파라미터 수를 공개하지 않았고 GPT-4 계열은 1조 단위 파라미터를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다.) 왜냐면 파라미터의 개수가 올라갈수록 예측능력이 올라가므로 그 숫자가 많아진다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지능과 통찰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의 주장대로 깨달음이 숫자와 관련되어 있다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깨달음, 몰랐던 걸 알게 되는 깨달음,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과 깨달음을 얻는 인공지능은 신의 경지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그때 인간은 AI를 신으로 떠받드는 일이 벌어질까?

한바탕 비가 내린 후 하늘이 촉촉하다 (18:3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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