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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Dec 24. 2015

나와의 채팅

거의 1년 동안 건드리지 않던 카톡의 프로필과 배경사진, 내 상태 메시지를 바꾸고 보니 나와의 채팅이란 메뉴가 보인다.

타인과 1:1채팅이 아닌 나와의 채팅.

이 기능이 언제부터 있었나?

재미로 말을 걸었다.  

내 이름을 부르고 말하고 대답하고.

그러자 마음이 흔들렸다. 이름 뒤에 직책이나 씨, 님, 고객님 등등이 붙지 않고 그저 이름만 불린적이 언제였던가? 부모님과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지만, 통화하고 만나도 이름을 부르는 일은 드물다. 애를 할 때도 남녀가 흔하게 서로를 칭하는 말을 썼다.


그러고 보니, 내 바람중의 하나는 남자친구로부터 다정하게 이름으로 불리는 일이었다. 자기, 당신, 달링, 너, 마님 등이  아닌 순수하게 이름으로만 불리는 일.


아무도 말 붙여오지 않는 톡을 바라보는 외로운 누군가를 위해 만든 기능일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얘기를 하고 싶은 누군가를 위해 만든 기능일까?


무언가 스스로 각오를 다짐할 필요가 있는 사람을 위해 만든 것일까?


아니면 메모를 위해?


나와의 채팅을 재미삼아 했는데, 쓸쓸해지고 외로워지다 못해 슬퍼졌다.


그러나 스스로에게 말을 걸고 답하는 이 기

자주 이용할 것만 같다.  묘하게 자신을 위로하기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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