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 듯 여행 아닌 여행 같은 출장
디자이너로 입사하고 여러 박람회에 출장을 다녀왔지만
모나코 출장은 단연 여러 의미로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였다.
그러나 이런! 첫 날에 회사 사장님과 단 둘이 출발해야 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다. 회사에서 가까운 스위스 바젤에서 니스까지 easy Jet으로 날아간 다음 버스를 타고 모나코까지 들어가는 일정, 이 긴 시간을 할 말도 별로 없는데 같이 보내야 한다니. 그러나 가까이서 본 사장님은 생각외로 소탈하고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여서 다행이였다. 그 동안 그 분에 대한 오해가 좀 있긴 했다. 일을 워낙에나 철두철미하게 해 내시는 분이기도 했고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말도 있어서 냉정하고 차가운 분이라 생각했는데 사람의 온기는 있는 분이였다. 특히 사장님의 낡은 비지니스용 가방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 지위를 가진 사람이면 비싸고 보기 그럴싸한 가방 하나 정도 사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을꺼 같은데 무려 20년을 그 가방과 함께 세계 곳곳을 누볐다고 정도 들고 편해서 버릴 수가 없다는 그 말에 왜 이 분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는지에 대한 이유를 새삼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그 박람회에서 해야 할 일은 디자이너로서 최신 디자인 트렌드 분석부터 우리 회사 부스 장 단점 분석, 새로운 패키지 재료와 아이디어 수집, 경쟁사들 파악 등 이었다. 특히 나라는 존재는 경쟁사들도 아직 자세히 모르므로 스파이처럼 경쟁사의 새로운 제품이나 비싼 팜블렛 등의 정보를 가져오기 은근 용이했다. 삼 일에 걸쳐 광범위한 곳을 샅샅히 둘러보려고 노력했고, 한 번은 혼자, 다음 번에는 팀장과 같이 돌면서 이런 저런 정보들을 주워들었다. 회사 관심사에 맞을 만한 컨퍼런스도 방문하고 틈틈히 구석진 곳에서 휴식도 가지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참고로 한국에서 오신 몇 몇 바이어분들에게 한국어로 우리 회사 제품을 소개할 수 있었는데 은근 뿌듯했다.
첫 째 날에는 박람회 끝나고 회식이 있어서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없었지만
둘 째날 팀장님의 배려로 일찍 박람회에서 나와 시내를 돌아볼 수 있었다. 자연 경관은 정말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지중해가 둘러 싸 있고 정말 많은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어서 보기에 좋았다.
그러나 모나코에 대한 내 개인적인 소감은 이렇다.
참 아이러니한 곳.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들은 하나 걸러 페라리 아니면 람부르기니였다. 살면서 그렇게 많은 비싼 자동차들을 한꺼번에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차들은 좁디 좁은 도심 도로에서 정체되어 시속 10키로 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거리에 거의 모든 매장들이 명품 매장이었다. 평범한 물건들을 살 곳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곳 사람들이 세금을 거의 안낸다던데 그래서 인지 샌드위치 하나를 사먹으려고 슈퍼에 갔는데 가격들이 놀라울 정도로 비쌌다. 프랑스도 비싸다고 학을 뗐는데 여기는 더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보던 아름다운 경관과는 달리 내 눈에는 그닥 아름답지 않았다. 특히 도심에 빽빽이 세워져있는 아파트들이 나를 답답하게 느끼게 했고 이곳에서 오래 머물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재밌었던 일도 있었다. 모나코 해양 박물관 근처를 산책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관광객과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였다. 유명한 사람인가 싶어서 나도 찍을 수 있을까하며 가까이 가려고 했지만 경호원이 다른 쪽으로 가라고 도로를 가로막는 것이였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알버트 2세가 산책하신단다.
진심 아까웠던 순간이다. 결국 멀찌감치 경호차들이 알버트 2세에게 거리를 두고 천천히 따라가고 있는 것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던 작년 모나코 출장,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좋으니까 코로나 말고 올 해 출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