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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mit May 26. 2020

#15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근로시간 단축제도 Kurzarbeit

싸한 느낌이 들었다.

중국의 춘절을 즈음해서 빠르게 확산된 코로나의 여파로

2월 한 달 가까이 중국 생산 라인이 올스톱이 되었고 매주 오던 샘플이 도착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인데 그래도 설마 하는 희망이 조금 있었다.

그러나 결국 독일도 코로나로 난리가 났다. 3월에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의 감염자 수와 사망자수가 겁날 정도로 가파르게 늘어났고 나는 회사가 아닌 집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해보는 홈 오피스는 사실할 만했다.

문제는 가게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고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니 어느 날 회사 안의 진행되던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올 스톱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3월 중순부터 전 직원 근로 시간을 단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돌더니 결국 이게 현실이 되었다.


사실 이야기가 나올 즈음 계산을 미리 해봤었다.

일주일에 삼일 정도 일하면 근로 시간이 단축되어도 돈이 그렇게 많이 빠지지 않아서 당분간 생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그동안 일주일에 40시간을 일해왔는데 8시간으로 줄이란다.

외벌이인 이 상황에서 8시간이라니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다. 손가락 빨고 살아야 하나 싶어서 멍해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만큼 돈이 깎이지는 않을 거라고 동료 하나가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내가 일한 만큼만 받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내가 받던 월급과 앞으로 받게 되는 월급의 차익에서 60%를 나라가 추가해서 내주는 거란다. 그렇게 계산을 해봐도 월세만큼의 돈이 빠지는데 기쁠 리가 있나. 실제 일하는 거보다 결국 훨씬 많이 돈을 받지 않냐는 너무나 터무니없이 긍정적인 동료의 말이 위로가 안 된다.  




회사가 망해 직장을 잃는 것보다는 어쨌든 월급을 조금 줄여 모든 직원들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가뜩이나 지금 이 시기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뻔하고 고용주의 입장에서도 회사 경영이 어려운 시점에 노동청에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하겠다고 신고하면 나라에서 세금 감면과 월급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등 도움을 주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터였다.  


결론은 버텨야 한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힘든 일이니까.

얼마 전까지 이번 여름에 어디로 여행 갈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짜 사람 인생 한 치 앞을 못 보는 거 같다. 이러리라고 그 누가 생각을 했으랴.  



2020년 5월 현재, 모든 것이 바뀐 듯하다.

날이 이렇게나 좋은데 요새는 오히려 집에 머무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느낄 정도이다.

가끔 하던 산책도 그만두었다. 길거리를 나서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부주의한 사람들 천지이기에 슈퍼에 가는 일도 당분간 포기했다. 우리 동네 근처의 슈퍼에는 배달도 안 해줘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옆 동네까지 가서 픽업을 해와야 한다.

시간과 돈이 더 많이 들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번거롭지만 요새는 사소한 것까지도 인터넷 쇼핑을 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려나 답답하기 이를 때가 없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활동적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에게는 이 상황이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위험하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부주의하게 행동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다들 보리스 존슨처럼 한 번 된통 걸려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정신 차리기 전에 골로 갈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골로 보내버릴 수도 있다는 걸 왜 염두에 두지 않을까? 나는 괜찮을 거라는 심리가 코로나에는 안 통한다는 걸 이제는 어느 정도는 다 알지 않나?


가끔 회사로 가야 하는 일이 생겨서 가보면 회사 사람들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

최근에 우리 회사의 한 직원이 코로나로 세상을 떠났다. 이런 상황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건물 내를 돌아다니다니. 이기적인 걸까 무식한 걸까 정말 생각을 안 하고 다들 사시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 독일은 슬슬 외출 제한을 풀 예정이란다.

하루 사망자수가 나름 안정화가 되어서 펜테믹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가게들은 대부분 벌써 문을 열었고 튀링겐이랑 작센은 6월 6일 이후로 전면 해제할 것이라고 한다.

어디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에서 권고사항 수준으로 내린다고 하기도 하고 7월부터는 유치원이랑 학교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소리도 나온다.

마스크를 다들 잘 쓰고 다니면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밖에 나가면 겁난 정도로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모여 다니는데 정상화를 시키겠다니 정말 걱정이 된다.

우리 회사도 다음 주부터 하루의 반나절은 회사로 출근해서 일하라는 데

난 회사 안에서는 그냥 계속 마스크 쓰고 있으련다. 



Photo by engin akyur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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