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섭섭해하지 않는다.
Sehr geehrte Damen und Herren,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hiermit kündige ich das mit Ihnen bestehende Arbeitsverhältnis ordentlich und fristgerecht zum nächsmöglichen Zeitpunkt. Dies ist nach meiner Berechnung der 30. April 2021.
이 문서를 통해 다음 가능한 퇴직 시기에 맞게 법적 절차에 준거하여 고용관계를 해지하고자 합니다.
제 예상 퇴직 확정일은 2021년 4월 30일입니다.
Bitte bestätigen Sie mir den Erhalt dieser Kündigung und das Beendigungsdatum schriftlich.
Und ich bitte Sie, mir ein qualifiziertes berufsförderndes Arbeitzeugnis auszustellen.
제 퇴직 청구서를 받으신 후 저에게 퇴직 확정일을 서면으로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Für die bisher gute und kollegiale Zusammenarbeit bedanke ich mich herzlich. Ich konnte viel lernen und bin dankbar für die Unterstützung, die Sie mir entgegengebracht haben.
지금까지의 협력적인 관계과 지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Mit freundlichen Grüßen
Woomit
woomit 드림
사직서의 표면적인 이유:
남편이 함부르크 부근에 좋은 직장을 얻었다. 그래서 아쉽지만 빠이빠이!
감춰진 진실:
회사는 표면상으로는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디자인은 이 회사에서 주력 상품이 아니라 서비스이기에
회사는 디자이너에게 필요 이상의 투자를 할 마음이 전혀 없으므로 ( 훈련이나 추가 교육 등 )
이 회사 내에서 디자이너로써의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을 나로서는 찾을 길이 없다.
퇴직에 대한 마음을 확실히 정하고도 사직서를 쓰기까지 3개월이 더 걸렸다.
남편이 원하는 일자리 공고가 자주 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내해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어서 어쨌든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또 다른 과제들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한다.
사직서를 내기 전에 팀장과 이야기를 먼저 나누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지만 걱정이 많았다.
한국에서 두 번의 사직서를 낸 적이 있는데 사직서를 낸 후 사람들이 섭섭함을 표시 내는 것을 넘어
상당히 감정적으로 피곤하게 굴었기 때문에
독일에서도 똑같진 않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사실상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없어도 회사는 잘 돌아갈 것이라는 냉정한 현실을 안다.
평소에 갈이 끼울 수 있는 부품처럼 사람을 다뤄왔으면서
마지막을 대하는 것도 그렇게 감정 없이 대해주면 참 좋으련만
계약으로 이뤄진 관계인데 서로에게 너무 기대하는 게 많아서인지
아니면 일해 줄 사람이 없으면 자신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괜히 불편하게 만드는 퇴직 전의 그 분위기가 너무 싫었다.
웃으며 헤어질 수는 없는 건가?
고용계약서에 사직서를 내고 난 후 3개월은 더 일해줘야 하는 것이 명시되어 있는 고로
만약에 그런 분위기라면 3개월 동안 더 일해주면서 참 불편하겠구나 하는,
그리고 코로나 기간 동안 단축근무제를 계속 진행하기로 했기에
다른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이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이 들었다.
그런데 팀장이 말하길,
네가 우리를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회사 걱정은 니 몫이 아니다.
너는 너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너의 밝은 미래를 위해 행운을 빈다.
함부르크를 분명 너에게 좋을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다.
그 기회를 위해서는 좋은 포트폴리오가 필요할 테니까
그동안 네가 회사에서 작업했던 것들을 잘 정리해서 사용하길 바란다.
제품 사진이 필요하다면 우리 회사 내에서 찍은 사진을 가져가도 좋다
이런 반응이라니 나쁘지 않다.
설마 말만 이러는 건 아니겠지?
한편으로 이런 게 유럽 마인드인가 싶기도 했다.
내 다음으로 일해 줄 디자이너도 벌써 구했다고 한다.
지금 머물던 집을 그에게 그냥 넘겨주기로 했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는 주인집 식구들도 새로운 사람을 구할 필요가 없는 등
이것저것 신경을 덜 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모든 것이 수월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Arbeitszeugnis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