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전시 관람 후기
열개의 눈
전시의 이름처럼 시각장애인이 열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
전시관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조형이 있다.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의 <E.L.G 가족기록>
도자기 조각의 해당 작품은 그녀의 가족들의 신체를 파편화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15년 전 완전히 시각을 잃기 전 그녀의 기억과 손으로 더듬어 만져서 느낀 촉감으로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들을 표현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의 해석에 불과하지만 그녀의 기억 속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과 따스함이 작품으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파편화되어 부분 부분으로 떼어진 신체부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웠지만 작품의 제목과 그녀의 장애에 대해 이해하자 새로운 형식으로 내게 다가왔다.
86년생인 그녀에게 가족은 아마도 기억 속 모습으로 시간이 멈춰있겠지. 시각을 잃은 후에도 손끝으로 느낀 가족들의 모습에 변화도 감지했겠지만 그렇게 손끝으로 만질수록 오히려 기억 속의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함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전시의 끄트머리에서도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의 작품을 발견한다.
<진정한 사랑은 결국 당신을 찾을 것이다>라는 문장형태의 제목을 단 커플 조각상.
고시오의 반려견인 런던과의 애정과 사랑을 표현한 작품.
작가 본인은 개의 몸을 하고 있고, 반려견인 런던은 작가의 몸을 하고 있는 조각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장애와 비장애인, 인간과 동물의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을 소망하는 작품이라고 짧은 설명을 읽을 수 있지만, 나는 이 작품을 보며 가슴 깊이 큰 울림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반려견 런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녀에게 런던이 가지는 존재의 함의가 너무나도 거대하고 분명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아마 시각장애인으로서 자신의 눈이 되어준 런던은 분명 그녀의 모든 것이었을 것이다. 아니, 절대적인 존재였으리라.
가족의 파편화된 신체와 달리 반려견 런던의 모습에서 존재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낀다.
아마 일반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반려견과의 초월적인 하나 됨을 그녀는 경험했으리라. 그렇기에 런던의 모습을 그린 그녀의 스케치를 보며 그 사랑의 깊이와 아름다움에 가슴이 울었다.
꿈, 기억, 장애 그녀가 표현하고자 했던 모든 것 보다 런던을 향한 사랑이 아름다웠다.
반려견 런던은 결국 신체적 자유로움을 갈망하는 작가 자신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