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함의 이유

by 우물

만약 마우릴리아가 그때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면 오늘날에도 우아함을 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대도시는 더욱더 많은 매력을 지니게 되었는데, 그것은 사람들이 바뀐 도시의 모습을 통해, 예전의 모습을 다시 생각하며 향수에 젖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이탈로 칼비노



이탈로 칼비노가 묘사한 마우릴리아는 과거의 모습에 박제되지 않았기에 비로소 우아함을 얻었다. 대도시가 뿜어내는 수많은 이야기와 매력은 역설적이게도 그곳이 쉼 없이 변한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도시는 낡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옷을 입으며, 사람들은 그 사라진 풍경의 궤적을 쫓으며 비로소 향수에 젖는다.

변화는 필연적으로 낯선 감정을 자극하고, 그 낯섦의 틈새에서 그리움은 피어난다. 모든 것이 매끄럽고 빠르게 변해가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가끔 보석처럼 남아 있는 '온전함'을 발견하곤 한다.

주변의 모든 상가가 간판을 바꾸고 세련된 유행을 좇을 때, 홀로 예전의 조도를 간직한 채 자리를 지키는 어린 시절의 분식집 같은 풍경들.
우리가 그 작은 공간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그것이 단순히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산복도로를 올라갈 때마다 포근함을 느낀다.
민주공원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전경은 어린 시절 내 눈에 담았던 그것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용두산의 전망대를 중심으로 탁 트인 시야 속에서 변화가 가져온 화려함이 눈에 띄지만, 나의 눈은 오히려 변하지 않은 낡은 거리와 오래된 건물들을 찾으며 거기서 따스함을 발견한다.

인간의 이기심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누군가의 불편함이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는 것이.
누군가의 편안함이 누군가에겐 소멸이라는 것이.

용두산타워를 보면 주변의 모든 것이 소멸하고 변해가는 무자비한 속도 속에서, 홀로 시간의 풍화를 견뎌낸 그 온전함이 주는 안도감이 느껴진다.
다소 세련되지 못한 투박한 외관이 주는 촌스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부산의 상징으로 그 자리를 오랫동안 지킬 수 있음은 어릴 때부터 노인이 되기까지 바라본 사람들의 향수 때문이겠지.

변화는 도시에게 매력을 선사하고, 그 속에 남겨진 온전함은 우리에게 비로소 소중함을 일깨운다. 온전함이 그토록 빛을 발하며 고귀해질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을 끊임없이 위협하며 지나쳐간 무수한 변화라는 배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도시는 변화함으로써 우리를 매혹하고, 변하지 않은 것들을 통해 우리를 위로한다. 사라지는 것들의 화려함과 남겨진 것들의 견고함, 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오늘날 대도시를 살아가는 우리의 사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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