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면 파리의 과일가게 진열대에는 본격적으로 무화과가 등장한다. 말하자면 9월은 무화과를 생으로 먹을 수 있는 달이다.
나는 매년 9월에 르퓌길 순례를 떠날 때마다 길 옆에 줄을 지어 서 있는(길이 지나가는 마을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일부러 무화과 나무 등 과실수를 심는다) 무화과 나무에서 무화과를 따먹으며 허기를 채우곤 했다.사진 1은 내가 순례길 옆의 무화과 나무에 열린 무화과를 찍은 것이다.
무화과는 기록에 의하면 최소 11,400년 전에 지중해 연안에 처음으로 등장했다니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이 아닐까 싶다.
무화과는 껍질이 매우 얇아서 굳이 벗길 필요없이 그냥 통째로 씹어먹으면 된다. 약간 물러진 바나나처럼 꿀을 넣고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도 맛있고, 염소치즈랑도 잘 어울린다. 여유가 된다면 푸아그라랑 같이 먹어도 좋다. 말린 무화과는 고기요리에 넣으면 감칠 맛이 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중세시대에 무화과는 저주받은 과일이었다. 중세의 카톨릭은 어린아이와 여성을 종교를 통해 완전한 인간으로 교육시켜야할 미완성의 존재로 간주했고, 무화과의 저 붉은색 단면은 여성의 성기를 연상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