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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30. 2018

죽도록 사랑해, <가브리엘> 사건

30세 여교사와 16세 남학생의 비극적 사랑

지난 2012년, 15세 여학생과 30세 유부남 선생의 러브스토리가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결국 두 사람이 프랑스에서 체포됨으로써 막을 내렸다. 또 얼마 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여교사와 초등학생 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어서 신문 사회면을 장식한 적이 있었다. 이런 뉴스들을 접하자니 프랑스의 "가브리엘 뤼시에" 사건이 생각난다. 

가브리엘 뤼시에
 

1968년. 당시 가브리엘 뤼시에는 30세. 두 아이 엄마로서 이혼을 한 상태였다. 그녀는 부르주아 가문 출신으로 대학교수 자격증을 소지한 여성이었으며 마르세유의 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문학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녀는 이 학교 학생들이 문학과 연극, 영화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해주어 인기가 높았다. 그녀는 68혁명의 열기 속에서 당시 고 1이던 16세의 크리스티앙 로시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크리스티앙의 부모는 곧 이들의 관계를 눈치챘고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 애썼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불타올랐다.

그러자 결국 크리스티앙의 부모는 1969년 4월 가브리엘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녀는 구치소에 두 달 동안 갇혀 있었지만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검사는 그녀에게 13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최종 공판은 10월로 예정되었다. 절망에 빠진 가브리엘은 고양이를 이웃집에 맡긴 다음 집안에 가스를 틀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우리나라 말에도 죽도록 사랑하다, 라는 말이 있고, 프랑스어에도 이와 같은 의미로 Mourir d'aimer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 이 사람의 사랑은 이 단어로 요약될 수 있으리라. 

 크리스티앙은? 그는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누발옵세르바트와르>지와 가진 단 한 번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내게 남겨준 2년 간의 추억, 그녀는 그 추억을 나에게 남겨주었으므로 나는 그걸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그 추억을 느낍니다. 오직 나만 그 추억을 살았습니다. 그 나머지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녀는 가브리엘 뤼시에라 불리는 여자였지요. 우리는 사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녀를 감옥에 가두었고,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인터뷰를 마친 크리스티앙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 사건은 프랑스 전역을 들끓게 했다. 아마 2018년에 이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다면 여론도, 결말도 1969년과는 다를지 모르겠다. 1970년 앙드레 카야트는 이 실화를 중심으로 <죽도록 사랑해>(Mourir d'Aimer)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가브리엘 역은 안니 지라도가 맡았다.
가브리엘 뤼시에도, 안니 지라도도 모두 파리의 페르라세즈 묘지에 묻혀 있다.



영화 <죽도록 사랑해>



나는 내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나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나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나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 속에서 불 속에서
떠오르다 감도는 내 모든 웃음소리 속에서

여름과 겨울에 나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나 그대를 보았고
내 품안에서 나 그대를 보았고
내 꿈속에서 나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는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폴 엘뤼아르, <청명한 대기>


 이사벨 불레가 부른 영화 <죽도록 사랑해>의 주제곡

       https://www.youtube.com/watch?v=WkqSeR1W02s



파리의 페르라세즈 묘지에 가브리엘 뤼시에의  무덤


페르라세즈 묘지에 있는 배우 안니 지라르도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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