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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프랑스 르퓌순례길을
걸어보자아!!

by 이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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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산티아고순례길의 프랑스 구간인 르퓌순례길을 2010년부터 시작하여 다섯 차례 걸었습니다. 이 순례의 기록인 <프랑스를 걷다 1 : 르퓌순례길>이 9월에 출간됩니다. 이 책의 출간 기념으로 9월 14일에서 29일까지 <르퓌순례길 걷기 : 르퓌에서 콩크까지>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자세한 것은 카톡 korearoad25로.


2010년 4월, 떠나라고, 걸으라고 나를 떼민 건 한 권의 책이었다. 스위스 작가 니콜라 부비에는 <세상의 용도>에 이렇게 쓴다.
“[...] 여행하고 싶은 욕구가 절로 솟아났다. [...] 그 같은 욕망은 무엇보다도 상식에 어긋나지만, 그런데도 욕망이 계속해서 상식에 저항하면 우리는 이런저런 이유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이유들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억누르기 힘든 욕망, 그걸 뭐라 불러야할지, 사실 우리는 모른다. 무엇인가가 점점 더 커지다가 어느 날인가 닻줄이 풀리면, 반드시 자신감이 넘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떠나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은 지 1주일 만에 짐을 꾸려 “두 번째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4월 5일 넘은 오브락 고원에는 무릎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시 2015년 9월, 2016년 5월, 2017년 5월, 그리고 2017년 9월, 이렇게 다섯 차례 프랑스에 있는 르퓌 순례길을 걸었다.
2010년에는 “뭔지 모를 욕망을 더 이상 억누를” 수가 없어서 “일단 떠났고”, 종교를 갖게 된 2015년에는 종교적인 이유로 떠났다. 2016년 5월에는 그야말로 아무 동기 없이 오직 걷기 위해 걸었다(“여행은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행은 그냥 그 자체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곧 증명해주리라. 여행자는 자기가 여행을 하고 있다고 믿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는 여행이 여행자를 만들고 여행자를 해체한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에는 그 당시 나를 옥죄던 온갖 갈등을 조금이나마 떨쳐버리고 싶어서 짐을 꾸렸다. 마지막으로 2017년 9월에는 습관처럼 다시 한 번 르퓌 순례길을 걸었다.
르퓌 순례길을 단순히 걷고 싶어서 걷든, 타인들과의 만남을 위해 걷든, 프랑스의 유적과 역사를 알고 싶어서 걷든, 영적 추구를 위해 걷든, 엄밀한 뜻에서의 종교적 순례를 위해서 걷든, 아니면 자신의 체력을 확인하고 새로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걷든,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길은 또 다른 삶의 현장이다. 순례자는 길에서 몸을 움직이고 걷고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또 다른 삶의 순간을 산다. 부디 이 책이 그에게 떠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되기를, 그리고 그가 길 위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게 되기를.

□ 르퓌 순례길이란?
야고보 성인은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들 중 한 명이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가 부활한 이후에 전 세계로 복음을 전하러 떠난 다른 제자들처럼 야고보도 전도를 위해 이베리아 반도로 갔다. 7년 뒤, 그는 여전히 로마인들이 점령하고 있던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갔다가 유대의 헤롯 아그리파 1세의 명령에 따라 참수되었다.
그리하여 야고보 성인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기독교인들은 그의 유해를 훔쳐 배에 실었고, 천사들이 물길을 안내하였다. 7일간 떠돈 끝에 그의 유해는 스페인 서쪽 끝의 갈리시아 지방에 닿아 묻혔다. 야고보 성인이 어디 묻혔는지 그 정확한 위치는 7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잊혀졌다.
810년경에 은둔자 펠라지우스는 꿈속에서 이 성인의 유해가 묻힌 장소를 계시 받고 떠나 무덤을 발견했다. 무덤이 있던 곳은 캄푸스 스텔라에(별이 떠 있는 들판)라고 불렸다가 지금은 <산티아고>라고 부른다.
산티아고의 명성은 기독교 세계에 멀리 퍼져나가 산티아고로의 순례는 11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 황금시대를 맞았다. 야고보 성인의 축일인 7월 25일이 주일인 해, 즉 성년(聖年)이 되면 40만 명이나 되는 순례자들이 이곳을 향해 걸었다. 13세기 중반 예루살렘이 터키인들에게 점령당해 이리로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버리자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욱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 순례는 시작되자마자 중세유럽을 각성시켰고, 덕분에 과학과 의학, 철학 등의 학문이 크게 발전했다.
순례자들을 위해 도시와 마을들이 세워졌고, 다리가 건설되었고, 성당과 병원이 세워졌다. 그러나 14세기 들어서부터 산티아고 순례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백년전쟁에 이어 16세기에 종교전쟁이 발발하고, 그들을 보호해주던 템플기사단도 해체되면서 순례 여행을 하기가 힘들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은 20세기 들어 기적처럼 되살아나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15년에 이 르퓌 순례길을 걸은 순례자의 숫자는 모두 54,329명이며, 이 숫자는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이 길이 이처럼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볼 만한 문화유산도 많고 풍경도 다양해서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측면에서도 순례자에게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순례길에 위치한 도시나 마을 사람들은 순례자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매우 호의적이다.
보통 유럽인들(요즘은 캐나다인과 미국인들, 일본인들, 한국인들도 많이 르퓌에서 출발한다)은 산티아고 순례를 프랑스의 르퓌에서 시작, 생장피에드포르를 거쳐 스페인 서쪽 끝의 산티아고에서 끝내고, 기간은 두 달에서 두 달 반 가량이 걸린다. GR(Grande Randonnée, 장거리 코스) 65로도 불리는 르퓌 순례길은 프랑스 제 3의 도시인 리옹에서 남서쪽으로 110킬로 가량 떨어진 종교도시 르퓌에서 출발, 남서쪽으로 걷다가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 생장피에드포르에서 끝나는 750킬로미터의 길이다. 그리고 다시 생장피에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서쪽 끝 산티아고까지 이어진 750킬로의 길이 바로 한국인들이 많이 걷는 프랑스 순례길(프랑스가 아니라 스페인에 있는)이다. 이 길 역시 한 달에서 한 달 보름 정도 소요된다. 보통 프랑스에 있는 이 르퓌 순례길과 스페인에 있는 프랑스 순례길을 합쳐서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 물론 프랑스에는 르퓌 길 말고 다른 순례길들이 있고, 스페인에도 프랑스 길 말고 다른 순례길들이 있다. 어느 길을 걷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일단 길을 나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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