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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Apr 19. 2018

2018년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는?

2018년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를 뽑는 경연대회에서 Boulevard Raspail 215번지에 있는 빵집 Boulangerie 2M가 선정되었다.

2018년 파리 바게트 경연대회 우승자인 마흐무드 엠세디 씨


우리가 밥이 없으면 못 살 듯 프랑스 사람들도 바게트가 없으면 못 산다. 가정에서도 매끼 바게트가 든 바구니가 밥상에 가장 먼저 올라오고 식당에서도 본 메뉴를 서비스하기 전에 얇게 자른 바게트를 담은 바구니를 내온다. 배가 몹시 고픈 사람은 바게트를 그냥 우적우적 씹어 먹기도 하고 거기에 잼이나 버터, 치즈를 발라 먹는 사람도 있다. 또 바게트를 반으로 잘라 거기에 고기나 야채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면 바게트에 남은 소스를 발라 먹는 모습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프랑스 사람들이 제대로 잘 구어진 맛있는 바게트를 찾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가 잘 지어진 밥을 찾듯 그들도 바삭바삭하게 구운 바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 사람들은 매년 4월에 개최되는 <파리에서 가장 맛있는 바게트 선발대회> 결과에 촉각을 세운다. 여기서 선발된 빵집은 일 년 동안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궁에 바게트를 납품하는 영광을 동시에 안게 된다. 이 선발대회에서는 가장 고소한 향기와 가장 부드러운 속살, 가장 찬란한 금빛을 띤 껍질, 가장 미묘한 맛을 가진 바게트를 가려낸다고 한다. 심사위원들은 결선에 올라온 길이 50~70cm, 무게 240~340g 사이의 바게트들을 맛본 다음 그랑프리를 가려내게 된다.




프랑스 사람들이 이렇게 없으면 못 사는 바게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바게트라는 빵이 한 국가의 상징이 된 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프랑스가 유일한 나라가 아닐까 싶다. 물론 길이가 약 70 cm에 달하는 긴 막대기 모양의 바게트가 탄생한 것은 100여년에 지나지 않지만, 프랑스인들은 이미 로마 시대부터 빵을 만들어 먹었다. 특히 파리에서는 주변에 넓게 펼쳐진 보스 평야가 일종의 곡물창고 역할을 해냈기 때문에 밀을 풍부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이 도시의 각종 동업조합들이 각각 돈을 각출해냄으로써 건립됐는데 그 중에서도 제빵업자 동업조합에서는 가장 많이 돈을 내서 네 개의 스테인글라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후문도 있다.




그럼 프랑스에서 맛있는 바게트를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겉이 황금색을 띠어야 하고, 바삭바삭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의 속살은 크림 색깔을 띠되 너무 흰색이 아니어야 하고 만졌을 때 물렁물렁해야 한 것이 부드럽다. 그 뿐 아니라 작은 구멍들이 나 있어야 하고, 우유와 아몬드 맛이 살짝 나야 고소한 맛을 맛볼 수 있다. 껍질이 떨어져나가고 속살이 맛이 없으면 그건 냉동된 반죽을 썼다는 확실한 증거다.

대량생산되는 바게트는 반죽과 발효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속살이 희고 아무 맛도 없으며, 큰 구멍이 생겨서 금방 딱딱해져 버리는 단점이 있다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의 슈퍼마켓에서 파는 바게트는 며칠 더 보관되기는 하지만 바삭바삭한 맛이 없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1960 년대부터 이 같은 방식으로 바게트를 만들기 시작, 바게트가 맛이 없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빵 소비량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속살보다는 껍질의 비율을 좀 더 높인 길고 좁은 빵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세기의 일이었고, 이 빵은 나오자마자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바게트가 황금색의 얇은 껍질과 덜 촘촘한 조직을 가지게 된 것은 효모 덕분이다. 제빵업자들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 보니 빵을 반죽하는 기계가 만들어져서 일이 한결 쉬워지게 되었다. 그리하여 파리 사람들은 이 길쭉한 빵을 선호하게 되었고, 20 세기 들어서면서부터는 이 빵이 프랑스 전역에 유행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옛날식으로 바게트를 만드는 제빵업자들이 늘면서 프랑스인들은 진짜 바게트를 다시 찾고 있다. 이 새로운 세대의 장인들은 품질 좋은 밀을 돌절구에 빻은 다음 오랜 시간에 걸쳐 반죽을 발효시킴으로써 바게트의 참 맛을 살려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 현재 프랑스 전역에는 약 3만5000군데의 빵집이 있어서 연간 320만 톤의 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빵 중에서 약 1/3 이 바게트로서 그 숫자는 하루에 천만 개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서 문제 하나. 왜 프랑스에서는 바게트를 사면 종이 봉투에 넣어주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빵이 금세 눅눅해지거나 딱딱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https://www.thefrenchcollection.net/blank-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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