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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1. 2018

우리가 잘 모르는 프랑스 역사, 카미사르 전쟁

-카미사르 전쟁, 영감 얻은 자들, 사막에서 싸우다!!



카미사르 전쟁이 일어난 세벤느 지방




1598년, 프랑스 왕 앙리 4세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낭트칙령을 선포하였습니다. 이로써 주로 프랑스 남부지역에 많이 살고 있던 신교도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의 종교를 실천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1685년 루이 14세는 이 칙령을 폐지해버립니다.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정치적 화합을 이루기 위한 목적에서였습니다. 
그러자 신교도들에게는 엄청난 시련이 닥쳤습니다. 이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다 동원되었지요. 예배장소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목사들은 유배형에 처해졌고, 개종하라는 압력에 굴하지 않는 신교도들의 아이를 빼앗아가거나 가톨릭 학교에 강제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왕의 군대인 용기병들을 신교도들의 마을에 진주시켜 갖은 횡포를 다 부리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견디다 못한 많은 신교도들이 가톨릭교로 개종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종을 거부한 신교도들은 스위스라든지 독일, 네덜란드 등으로 망명을 해야만 했지요.



카미사르군이 왕의 군대에게 대승을 거둔 것을 기념하는 기념비


그러나 세벤느의 많은 신교도들은 끝까지 개종을 거부한 채 죽음이나 유배형, 투옥을 무릅쓰고 세벤느 지방의 깊숙한 산골에 모여 밤중에 몰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세벤느 지방에서 왕의 군대와 신교도 군대 간에 카미사르(신교도들을 지칭하는 말로, “영감을 얻은 자”라는 뜻입니다) 전쟁이 벌어지지요. 신교도 병사는 겨우 3천 명, 왕의 병사는 무려 3만 명. 숫자상으로 보면 금방 끝날 것 같던 이 전투는 1702년에 1704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신교도 군대는 신앙심을 잃지 않고 마지막 한 명까지 치열하게 싸웠지요. 신교도들은 결국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고 나서야 종교적 자유를 획득하게 됩니다.


 

세벤느의 제네바라고 불렸던 앙뒤즈


신교도들이 밤중에 몰래 모여 예배드렸던 동굴


그런데 왜 세벤느 지방이었을까요? 양잠은 아주 일찍 13세기부터 앙뒤즈를 중심으로 한 이 지방에서 발달하여 다른 지방에서 생산된 생사와 양모가 이 도시로 집결하여 거래되었지요. 큰 규모의 시장이 서고 수많은 행상들이 들락날락거리면서 개혁신앙이 스위스와 론 강 계곡을 지나 이곳으로 전파된 것입니다. 1570년 당시 앙뒤즈 주민이 6000명 가량 되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신교도였습니다. 오죽했으면 세벤느의 제네바라고 불렸을까요.

이 고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이 바로 프랑스 남부지역의 앙두즈 근처의 수베이랑이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사막 박물관(신교 박물관)입니다. 그런데 왜 사막일까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프랑스 개신교의 역사에서 사막이 낭트칙령 폐지에서 프랑스 혁명까지의 기간을 가리키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이때 신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사막과도 같은 고립된 장소에서 몰래 예배를 드려야만 했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이것은 출애급한 히브리인들이 나라 없이 떠돌았던 40년의 세월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사막 박물관

 


카미사르군이 이용했던 다리


지금도 수베이랑에서는 해마다 9월에 유럽 전역의 신교도들이 하루 날을 잡아 모임을 갖지요. 수베이랑에 가면 카미사르군을 지휘했던 두 지도자 중 한 명인 롤랑의 집이 17세기와 18세기 당시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박물관은 이 안에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좀 더 올라가면, 르퐁드몽베르라는 동네가 나타나는데, 이곳의 샤일라라는 신부가 신교도 몇 명을 붙잡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러자 1702년 7월 24일, 신교운동의 두 주요인물인 아브라함 마젤과 에스프리 세귀에가 이들을 구해내기로 결정하지요. 이들은 동네 길거리를 도망치는 샤일라 신부를 붙잡아 이곳 다리에서 강물 속으로 던져버립니다. 이 다리는 지금도 남아 있으며, 이 사건은 카미사르 전쟁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르퐁드몽베르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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