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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형 Jun 13. 2018

프랑스 미술관 걸작 탐방 1

-수틴(Soutine)

오랑주리 미술관은 모네의 <수련 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하 1층에도 드랭, 루소, 로랑생, 유트릴로, 세잔, 피카소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수틴의 작품도 여기 있다.

얼핏 에곤 쉴레를 연상시키는 수틴은 불꽃처럼 타오르는 강렬한 색깔로 날것(le cru)을 비틀고 휘고 일그러뜨리고 구부리는 작가다.



-어린 시절
수틴은 1893년 구소련이었던 벨라루시의 민스그 근처 작은 마을의 유대인 가정에서 열두 명의 아이 중 열 번째로 태어났는데, 러시아 제국 치하의 모든 유대인들이 그랬듯 양복점 점원인 아버지 밑에서 지독히 가난하게 자라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는 사람의 얼굴 그려주는 걸 좋아했으나, 유대교가 인간의 모습을 그리는 걸 금해서 그때마다 벌을 받곤 했다. 아홉 살 때 그는 민스크의 매형 집으로 가서 양복점에서 일을 시작하고 열네 살 때는 절친인 미셀 키코이네와 함께 데생 수업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어떤 남자의 초상화를 그려주다가 그의 아들에게 죽도록 얻어맞고, 그의 어머니는 합의금 20루블을 받아낸다. 그리하여 수틴은 이 돈으로 열일곱 살 때 키코이네와 함께 빌나라는 도시로 가서 미술학교 입학하는데, 여기서 핀쿠스 크레메뉴를 만나 트리오를 형성한다. 이들은 그 당시 세계 예술의 중심지인 파리로 가기로 뜻을 모으고, 차례로 떠난다. 수틴은 돈이 없어 맨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으나 그의 재능을 아까워한 한 의사의 도움으로 파리로 출발한다.






-파리
파리에서는 크레메뉴가 그를 맞아 몽파르나스의 예술촌 Ruche로 데려간다. 그 당시 이곳에는 장차 "파리 화파"라고 불리게 될 외국인 화가들이 모여살고 있었다. 미술학교에 등록한 그는 생활을 위해 몽파르나스 역에서 밤낮으로 일하는데, 이때부터 빈곤과 결핍으로 인해 육체적으로는 극심한 위궤양에, 정신적으로는 가난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고, 결국은 이로 인해 죽게 된다.




-1차 세계대전
총동원령이 내려지자 수틴은 자원입대하여 참호를 파다가 건강상태가 안 좋다는 이유로 전역당하고, 이후로는 난민 자격으로 프랑스에 체류하게 된다.
일체 다른 화파에 합류하지 않고 홀로 지내던 그는 파리 15구에 있는 팔기에르 예술가 아파트에 자리잡고, 조각가인 작크 립시츠 소개로 그보다 열 살 많으며 이태리 출신으로 그처럼 결핵으로 전역당한 모딜리아니를 알게되는데, 이후로 이 두 사람은 평생친구가 될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제대로 식사는 하지 않고 술만 마시고 사창가를 찾는 생활을 계속했다. 수틴은 "뤼슈" 예술가촌과 팔기에르 예술가촌, 그리고 절친 키코네가 아내랑 같이 살고 있는 리비-가강을 오갔는데, 길을 가다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나타나면 이젤을 펼쳤다. 그는 자신이 그림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걸 안 좋아해서 바로 작업을 중단하곤 했다.
모딜리아니는 수틴을 화상인 레오폴드 즈보르프스키에게 소개시켜주고, 그의 그림을 본 즈보로프스키는 바로 그에 대한 재정 지원을 시작한다.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수틴의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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