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보이지 않는다 하면

by 성게알

이것은 연애를 멀리할 때의 얘기다, 있는 것이나 잘 지키자며 도전하기를 무서워할 적의 얘기다.

그때는 무서움의 이유가 나름 타당할뿐더러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어필을 하거나, 거짓된 모습으로 괜찮은 척을 해야 하는 게 연애의 전부인 줄 알아서. 안 그래도 날 잘 잃어버리는 자신인데 그런 인생을 살면 잃어버리긴커녕 내 존재는 사라져 버릴 거라고 거부했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사물과, 생명들은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안다며 그토록 떵떵거리더니 정작 그 사랑이 사랑의 끝인 양 좁은 세상 속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내심이라는 말을 할 필요 없이 알고 있었다. 연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진심이지만 연애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엔 진실만 존재하진 않는다는 것을. 무섭고, 슬프고, 자신 없는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나를, 스스로는 똑바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언제나 망쳐야 하는 이유들에 힘을 가해 충실히 이행해 왔다.


언젠가. 사랑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의심의 여지없이 그 사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때도 존재하는구나.'

내게도 이런 감각이 있을 줄은 몰랐다. 흔히 상대를 알아본다는 말 말이다.

그 와중에도 밀어내보러 노력했지만 도저히 정신과 마음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만 가중될 뿐이었다. 결국 용기 내 발을 뗐다. 내딛는 걸음걸이마다 깨달음이 짙어졌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하면 영영 보이지 않는다.
믿지 않으면 행복할 수도 없다.

그동안 나는 보지 않기로 작정한 눈으로 살아왔고, 믿기 싫은 마음으로 일정 구석의 행복을 포기한 채로 살아왔다.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다가설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 시간을 후회하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세계를 소극적인 태도로 경계하기엔 아쉬운 기회를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각쯤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바라놓고 내게 주어지려는 것들을 외면하는 태도는 과거를 담아놓고 미리 미래를 겁먹어버린 사람이었던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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