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by 성게알

지나간 인연이 한 둘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느끼는 것들은 매번 새로우리만치 제각각이었다. 어떻게 계속 방식이 달라질까 싶지만 난 당신들을 늘 새롭게 마주한 것 외엔 별다른 해설이 없다. 마치 매 순간 처음 사랑을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류시화 시인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라는 문장이 이토록 선명해질 줄이야.

상처를 반복해도 망각하게 만드는 힘이 그것엔 있어서 난 처음 하는 것처럼 또 마음을 준다.


이미 지나온 인연은 기억나지 않고. 너밖에 없다는 듯, 너이면 된다는 듯. 눈동자의 초점을 네게로 맞춘다.

이렇게 유치한 사람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무관심하고 차가운 면이 있었는데.


신기하고도 신기한 일의 연속이다.

와닿지 않던 모든 장면이. 느껴지지 않던 모든 말들이.

당신으로 하여금 생생해졌다.

예를 들면 만나지 못했던 어린 시절까지 궁금하다는 말이라던가, 운명 같은 만남이라던가, 보고 있어도 보고 싶다는 말이라던가. 절대 공감하고 싶지 않았던 억지스러운 유치함 같은 것들이 말이다.

코웃음 치던 대사나 가사들에 공감하기 시작하며 스스로도 까무러치게 놀라버리기 일쑤인 날이 잦아졌다.

이런 게 가능할 리가. 이런 게 진짜일리가. 그러면서 매 순간 우러나오는 진심들이 나도 다를 바 없음을. 그것은 모두 사실에 기반한 것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또 싫지도 않다.

네게 유치해지는 스스로가 열심히 사랑을 주고 있는 자립한 성인 같아서 썩 마음에 든다. (책 '미움받을 용기' 참조.) 욕심을 내려놓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너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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