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자다가 영원히 잠들겠지

4. 한여름밤의 꿈

by 성게알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도 잘하지 않았기에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단단하고, 걱정할 필요 없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남들은 다 아는 나의 상태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란 마음을 누르며 대답했다.

“그런 생각을 왜 해. 아무 생각 없었어.”

“응.”

안심하고 빈 그릇을 치우는 언니에게 원래는 잘하지 않는 부탁을 했다. 과자가 먹고 싶다, 따뜻한 물이 필요하다. 그러면 언니는 귀찮은 기색 없이 더 할 일이 없냐 물었다.


주말마다 병문안을 오던 가족들은 인형을 좋아하는 날 위해 올 때마다 깜짝 선물을 사 오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반복적으로 내게 일러주었다. 마치 주문 같았다. 의심할 여지없다는 것처럼 날 사랑함을 인식시켜 주기 위한.


그때 정신이 들었다. 가족 때문에 힘들었지만 가족 때문에 살아나고 있다는 걸. 그래서 그들을 돕기로 했다. 내 의지를 일으키는 것.


언니가 없는 동안의 시간은 침대에 누워 기억을 더듬는 시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울증은 언제부터였을지, 증조가 어땠었는지. 딱히 궁금한 건 아니었지만 알아내야 했다.

내가 겪은 우울증은 우울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잠에 취해 몽롱한 상태가 24시간 지속되었다 싶을 만큼 자고 또 잤다. 식욕도 없이 밥 먹는 시간마저 잠에게 양보하고 선생님의 호통도 잠을 제어하지 못했다. 등, 하교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온통 잠으로 하루를 꾸렸다. 그건 내 의지가 아니었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뇌가 멈춘 것처럼 멍할 뿐이었고, 계속되는 고열에도 아픈지 모르고, 스무 명이 넘는 남자 의사들이 모인 초음파실에서 맨가슴을 드러내도 수치심 따위는 못 느낄 만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리면 현실을 피하고 싶어 잠이 많아진다고 한다. 내가 그랬나 보다.

차가운 시련이 견딜 수 없었고, 추위를 피해 동면에 들 듯 기나긴 잠을 잤다. 그렇게 자다가 자다가는 영원히 잠들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게 한 여름밤의 꿈이 되었단 게 얼마나 다행일까.


아직도 기억한다. 몇 배는 과장해서 웃으며 긍정적인 기운만 주려 노력하는 그들이 얼마나 애썼는지, 무엇이 그렇게 간절했는지 그 표정을 기억한다. 그 이후로 가족들이 힘들어할 때 우린 돌아가며 힘을 나눠주게 되었다. 덕분에 내 불행과 행복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불행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짓도, 아플 것에 다가가는 것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족은 나의 힘이자 종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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