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자다가 영원히 잠들겠지.

3. 나도 날 모르겠어

by 성게알

언니를 멀리 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첫째인 데다 부모님은 맞벌이라 언니는 언제나 무서웠고, 어떨 땐 강압적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해도 벌벌 떨며 덤비지도 못했지만 2학년 말미부터는 끽해봐야 맞는 거지 싶어 건드리기만 하면 득달같이 덤볐더랬다. 그때부터 나의 반항은 무시로 이어졌다. 본체만체 옆에 있어도 다른 언니들의 물음에만 답하곤 했다. 그리고 어느 날엔가 언니는 쌓인 게 터져 모두가 웃고 있던 순간 혼자만 눈물을 터트렸다.


"너 왜 나 피해? 내가 뭐 잘못했어?"

엄마가 무마해 보려는 그 순간에도 매정히 쳐다도 보지 않았다.


"너 나만 싫어하잖아. 엄마, 쟤는 내 말에만 대답 안 해주고 없는 사람 취급해. 내가 고친다고 해도 이유를 말 안 해줘."

꺼이꺼이 목놓아 울던 모습은 나에게 더 깊은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간 쌓인 울분을 터트릴 대상이 언니가 돼버려 마음껏 미워했던 것 같다.

그렇게 대했는데 내 병간호를 한다는 건 죄책감을 불러일으켰다. 흡사, 싫다 할 땐 언제고 도움은 도움대로 받는 스스로가 간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시로 일관해도 자기가 하겠다며 날 걱정하는 언니의 마음이 말도 못 하게 감동이라 껄끄럽다는 삐뚤어진 마음으로 표현이 된 것이다.

어느 날은 혼자 검사실에 다녀오는데 이른 시간 나타난 언니가 불쑥 소리를 질렀다.


“너 어디 갔다 왔어!”
“검사받으러 오래서.”
“그럼 휴대폰을 가지고 가야지 연락도 안 받으면 사람이 걱정하잖아.”


수군거리는 병실 사람들 사이로 언니 눈물을 보며 깨달았다. 난 지금 누군가의 걱정을 받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미안해. 금방 다녀올 거라 두고 가도 괜찮을 줄 알았어.”
“다음부터는 꼭 가지고 가.”
언니가 화를 낸 다음부터는 꼭 휴대폰을 가지고 다녔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역시 언니 전화가 왔다.

“넷째야. 언니 끝나서 이제 가려고 하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냉면, 물냉면 먹고 싶어.”
“그래? 금방 사갈게 조금만 기다려.”
식욕 없이 보내던 나날 중 이날은 유독 냉면이 먹고 싶었다. 언니 역시, 없다고 할 줄 알았지만 예상외의 답변에 놀란 마음을 숨긴 채 씩씩하게 대답했다.

냉면을 사서 돌아온 언니의 옷이 비에 젖어있었다. 우산을 써도 소용없을 만큼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내 말 한마디에 온 동네를 돌아 사온 게 뻔한 행색이었다. 냉면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오랜만에 그릇을 다 비우자 기쁜 기색이 가득한 얼굴의 언니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날, 사실 옥상까지 가보려고 했어. 너무 무서웠어.”
난 잠시 그 의미를 오래도록 곱씹어봐야 했다. 그리고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엔 머리 위에 돌이 얹어진 기분이었다. 그저 아파서 쓰러진 건 아닐까를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 모든 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선반에 놓인 저녁 약이 14알이나 된다는 사실과, 그 안엔 우울증 약도 있다는 것, 그동안 언니가 한 시간마다 전화를 해서 안부를 물었고, 틈만 나면 창을 내다봤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지했다.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단단하고, 걱정할 필요 없는 사람이라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남들은 다 아는 나의 상태를 나만 모르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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