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자다가 영원히 잠들겠지
2. 루푸스에 대해 아시나요?
주말이 지나 드디어 진료받을 수 있었다. 멍하니 차례만 기다리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진료실에 들어가자 그제야 입구에 붙은 류머티스 내과 글자가 보였다. 피부과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 반신반의하며 진료를 받았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라고 희귀병입니다."
이모가 놀라 다시 되물었지만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전신 홍반성 루푸스. 류머티스 질환 중에 하나라 관절 통증과 함께 얼굴에 나비형의 홍반이 나타나는 게 큰 특징이에요. 근데 이게 문제는 자가면역질환이라 난치성이에요."
삐- 순간 귀가 멀어버린 듯했다.
내가 희귀병이라니......
"루푸스가 난치성인 이유는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이에요. 즉,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항체가 생긴 거죠. 원인은 특정할 순 없지만 보통 유전적 요인이나 면역체계 이상으로 추정합니다."
"그럼 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일단 입원하셔서 약물 치료하고, 검사도 몇 개 더 받아야 해요. 염증이 장기 내에도 침투했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요. 신장이나 다른 장기에 손상이 있다면 아무래도 수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미 주변이 어두워진 지 오래였다. 자기 자신을 공격한다는 말이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파는 건지. 나의 마음속에선 이미 원망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이혼. 그것 때문이었어'
우리 집은 이혼 얘기로 한창 시끌벅적했다.
멈추지 않는 고성, 얼굴을 보기 힘든 부모님, 서로의 비난에 자식들을 끼워 넣고서는 상처를 내고 있었다. 그건 가족이 아니라 적에 더 가까웠으니 병을 만들어내기엔 충분한 환경이었다. 하고 싶은 말 따위는 속에서만 외치고 묻어버리는 나란 아이는 어쩌면 내재에 그 생각이 깔려있었기에 불쑥 부모님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었을 테다.
그러나 안타깝지만 내가 아프다고 부모님의 언쟁이 멈추진 않았다. 간병을 두고도 싸움이 됐기에 괜히 불씨를 하나 더 얹은 것 같아 혼자 있겠다 말했다. 난 어떻게 돼도 괜찮으니 그냥 이 지긋지긋한 고성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 침상 안에서 조용히 울었다. 딸이 아프다는 사실 따위가 싸움을 멈출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내 세상은 무너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몸은 날 희생해서 부모님을 가깝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왜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우리 때문에 네가 아픈 줄도 모르고. 엄마 아빠가 노력할게.”하며 다시 가깝게 지내려 노력해 볼 줄 알았는데 아주 아주 큰 착각이었다.
소아 청소년과 병동에 입원하니 난 6인실 환자 중 가장 크고, 나이 많은 환자였다. 시끌벅적한 아이들의 재잘 거림 속에서, 약을 거부하는 아이를 타이르는 보호자들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약을 먹고, 멍하니 창을 보다 가만히 티브이를 보고, 긴 시간 조용히 잠을 잤다. 보호자는 첫째 언니가 하게 됐다. 같은 지역 대학교에 다니던 언니는 수업이 끝나야 올 수 있었기에 거의 저녁까지는 혼자 보내야 했다.
"밥 먹었어?"
"......"
"넷째야, 밥 먹었어?"
"... 응."
학업을 마치고, 긴 이동시간에도 언니는 오로지 나만 챙겼다. 그러나 난, 하필 언니가 내 병간호를 맡게 된 것이 퍽 껄끄러웠다. 아프기 전 언젠가부터 첫째 언니를 멀리했었기 때문이다.
"침대 올려줄까"
"......"
"그냥 둬?"
"...... 응"
대답도 몇 번이나 물어봤을 때야 겨우 했다. 아니. 해줬다.
언니를 멀리 하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