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순간들

7. 어떻게 했냐면

by 성게알

5년 전쯤, 대학교 졸업 후 고향에 돌아왔다. 2년의 시간.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사나 방황한 시기이기도 하지만 아파서 큰 수술을 하고 회복으로 보낸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큰 결심을 안고 돈을 모아 서울로 상경했다. 그 무렵, 이제 온전한 서울 사람이라는 생각에 학교 선배, 동기들과 자주 만났다. 정작 서울사람이라 자칭하는 것 자체가 시골뜨기 같지만.

한 번은 선배 한 명이 술자리에서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다.


"학교 다닐 땐, 네가 워낙 술자리도 잘 안 오고, 조용해서 이런 성격인 줄 몰랐어."


그동안 남들에게 딱딱하게 비쳤을까 괜스레 미안했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땐 노는 걸 싫어하고, 깊게 들어오려는 관계를 자주 밀어냈다. 단순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거라 생각했었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때는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어요. 저 조차도. 힘에 부쳐서 사람과 부딪칠 힘이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사람 만나는 것도 싫지 않고."


"그러니까. 엄청 좋아 보여. 어떻게 했어?"


선배는 아주 진지하고 엄숙하게 물었다. 적어도 내겐 그래 보였다.


"어떻게 밝아질 수 있었냐고."


몇 주 동안 자주 만났던 때였는데 한 번도 내색 않던 선배가 꺼낸 말이 꽤 황당해 피식 웃음이 났다. 혹시 요즘 그런 방법이 필요한 시기인가 걱정도 됐다. 나도 어떻게 했는지는 명확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글도 쓰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는 말로 횡설수설 답했지만, 집에 돌아가 일기장에 적을 만큼, 기쁨이 솟구쳤다. 기억은 내게 어깨뽕 같았다. 누가 봐도 내가 밝고 명랑해 보일 거란 생각에 당당하게 행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거의 상처들이 대담하게 만들어준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도 부단히 노력했다. 어두운 노래를 줄이고, 행복하다고 끝없이 되뇌고, 무엇보다 글을 쓰며 날 이해해 가며 무수히 울었다. 티가 안 날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 한 번 짚어주자 난 날개를 달고 더더욱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 이렇게 탄력 좋게 일어섰다." 자랑이라도 하듯 말이다. 아마 그 이후 더 활기찬 레벨로 거듭난 건 그 선배 한마디 덕분이었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