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력

by 성게알

지나가던 작은 카페에 앉았다. 작은 일력을 발견했다. 그 안에 적힌 명언들을 짚어갈 때 머릿속엔 다른 것이 들어찬다. 깔끔하게 뜯어내지 못한 종이들.


이 달력의 5분의 1은 반듯하고 깔끔하게 떨어져 나갔다. 그다음은 덕지덕지 남는 종이의 자리가 커간다. 그게 첫 시작을 대하는 모두의 태도와 같겠지. 그렇게 무감각해지다 성의 없어지다, 끝내는 몇 번을 건너뛰다 한꺼번에 뜯어내는 것을 반복했겠지. 지지부진해진다. 새해를 대하는 마음과 달리 이미 절반이나 날아간 시간은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이 다음 해를 기다릴 준비를 한다.


나는 아껴서 보내고 싶었다. 시간을 소중히 대하고 싶었다. 다들 올해의 가을은 어떨지 모르지 않나. 난 항상 남은 계절이 궁금했는데, 사람들은 이미 끝나버린 것처럼 취급한다. 이번 해가 아닌 다음 해를 기약한다.

그 일력에서 인생의 진리 같은 무언가를 발견한다.

한결같음은 제법 어렵고, 인생은 단단히 결속되어 깔끔하게 찢어지지 않는다는 것. 앞장의 너덜한 종이를 따라 점점 쥐 파먹듯이 찢어져버리는 것.

그래서 앞을 잘 지나와야 뒷장도 조금은 정돈되는 것.

그러나 삶은 매일이 연결되어 있기에 사람 같은 것.

수더분해도 결국은 찢어서 오늘을 만들고 마는 것.


당신이, 그리고 내가 몰아치듯 종이를 꺾어내더라도, 완벽한 뜯기에 몰입하기보다 마지막장까지 도달하는 것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네 삶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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