쩨쩨해서 그래

by 성게알

이래서 쩨쩨하다는 거지.

아무렇게나 찢긴 종이 한 장이 마음을 그렇게 흔들어놓을 줄 알았겠어.


작정하고 알려고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불쑥 나타난 흔적들에 카메라 초점이 나간 듯 시야가 흐려졌다.

내가 알 수 없는 때의 너는 생경하고 말랑해서 감히 의심할 수조차 없이 사랑을 의심하게 되었다.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말투와 표현이 너에게도 있었다는 것이 적잖은 충격을 줄 만큼 보지 못했다.

조금만 더 표현해 달라는 말에 빳빳했던 표정이 화살처럼 솟아나 더 이상 바랄 새도 없이 단념하던 내 씩씩한 마음이 생각나 조금 서글퍼져 버렸다.

너의 집에 볕이 들지 않은 작은 방 한구석처럼.

너의 가장 중요한 구역 안에 있어도 밖에 밀려나있는 듯하다. 방에 있으면 그곳이 내 자리 같은 느낌은 이것이었나. 이리 외로이 세워두고 어찌 그리 착할 수 있냐 물으면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이니 그만큼을 한 것이라 말할 수밖에.

헛도는 만큼 헛도는 것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이래서 쩨쩨하다는 거지.

사랑이라는 것에 발을 들이기도 싫을 만큼 감정을 재게 되는 게 진절머리 난다는 거지.

확신을 이다지도 바란다는 게 어리숙한 어린애가 돼버린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는 거지.

그럼에도 속으론 항상 다짐하고 있다는 걸 알까.

사랑의 본래의 의미는 주는 것이므로 받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주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이론에 부응하고.

그러다 또 자신이 없어져버린다. 슬픔이 적셔버린다. 불신이 솟아버린다.

사람에 맞춰하는 게 사랑이었나.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사랑이었나.

표현이 달라지는 게 사랑을 주는 사람 마음이다.

받는 사람은 알 새도 없이 주는 사람 마음이다. 다 자기 맘대로다.

눈만 봐도 안다. 의심 없이 느껴보려 했지만 본능적으로 느낀다. 일체 말도 없었지만, 들리는 대로 들었어야 했지만, 진실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거.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다 슬퍼져버렸다.

언제쯤 사랑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냐는 말을 주변에 묻고 있는 내가 생각나서.

능숙하지 못해 알아채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그냥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아무 믿음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 그것도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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