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나도 사랑하지만 마음에 드는 모습은 아니다. 어두운 것들을 보고, 어두운 것들을 듣고, 어두운 곳에 들어가 어두운 생각을 했다. 마음을 터놓거나 그 어두움을 어딘가에 풀어놓지 않으면 영영 갇혀버릴 수도 있으니 표출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줄곧 말해왔던 것처럼 일기가 나의 뒷골목이 되어 쏟아냈다. 그때 기록들을 보면 어리고, 감정 과잉인 상태라서 유치하고, 혀를 차기도 할 만큼 철없지만 하고 싶은 말들이 쌓여있어선지 자주 썼고, 쓸 글도 많았다.
본격적으로 쓴다는 부담을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주절주절 늘어놓더라도 글을 쓸 땐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것 같다. 대단한 글을 쓰고 싶다고 그럴듯한 주제를 고민하고, 이런 문장은 신경 쓰이니 돌려서 표현한다거나 걸러내는 작업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고 싶은 말은 쏙 빠지고 겉모습만 남는 글이 돼버리는 일이 수두룩 빽빽했다.
현재 1년 반 넘게 블로그를 쓰고 있는데 상업적이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내 일상생활에 흐름을 적어가는 용도였다. 일기가 작아 다 쓰지 못하는 일들을 적는 공간.
아무튼, 블로그를 쓸 때도 시작은 무슨 말을 할까 고민돼도 막상 쓰다 보면 주절주절 어느새 긴 글이 되어있다. 브런치스토리를 쓸 때랑은 다른 길이이다. 부담감도 다르다. 쓸 말도 없고, 적당한 주제도 모르겠고, 이런 마음이나 생각은 밝히고 싶지 않고. 그런데 쓰고 있는 글은 할 말이 끝났고, 더 이상 붙일 말이 없는데 길이가 짧은 그 궁경의 반복이다.
또 무게가 다르다고 블로그 글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사적이지만 감정과 세세히 들어있는 것이 더 흥미롭고 좋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적을 수 있으니 쓰는 즐거움을 배로 느끼고, 내 색이 뚜렷해진다.
일기장 하나도 누군가 볼까 알아보지 못하도록 은유법을 쓰고, 숨기고, 찢어버리기를 반복했던 지난날의 글들은 숨기려고 해서 더욱 어두워졌을 수도 있다. 그래서 솔직한 글을 쓰자고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해 왔지만 여전히 숨기고 싶은 것들이 많은가 보다. 그러나 항상 내 일기를 쓰듯 가볍게 써야겠다. 더 솔직하고, 더 나다운 것들을 잘라내지 말아야겠다. 시작은 늘 그렇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