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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Feb 18. 2018

책 추천이 어려운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선물을 계속하는 이유

책 좀 추천해 달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취미가 독서거든요. (흔한 취미라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지만, 의외로 다들 기억해주더군요) 


사실 책을 권하는 일은 매번 조심스러워요. 제겐 좋았던 책이 상대에겐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잖아요. 특히 소설은 더 어렵죠. 영화처럼 예고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줄거리 몇 줄로 파악할 수도 없으니 실패 확률이 매우 높더라고요. 고심해서 선물한 소설책이 라면 받침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답니다.


라면 받침 1,2,3


그런데도 저는 매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소설을 선물합니다. 제 애인이, 친구가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어요. 제대로 만난 소설은 잔잔한 바다처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위안이 되어줄 테니까요. 제 능력으론 친굴 괴롭히는 못된 사람을 무찔러 줄 수도, 갑자기 부자로 만들어 줄 수도 없으니 대신 건네는 거예요.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되면서, 인생에는 종종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절망적인 일이 생긴다는 걸 배웠어요. 우리가 타인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앞에 앉은 사람이 얼마나 괴로운지 가늠할 수 없어요.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죠. 그런 마음으로 줄 수 있는 위로가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내가 당장 줄 수 있는 것 중 가장 따뜻한 무언갈 건낸 다면, 조금은 도움이 된다는 걸. 안타까운 일을 여러 번 겪은 후에 알았습니다.  


물론 안타까운 일이 대부분 그렇듯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시인 박준의 말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만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럴 겁니다. 어느 날 문득 주저앉고 싶어지는 순간, 이 소설이 힘이 되길 바랍니다.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나요 <자기 앞의 생> 中


첫 책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는 나와 비슷한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썼어요. 사랑도 사랑도 내 마음 같지 않던 밤에 읽고 도움을 받았던 소설 12권을 모았습니다. 교과서 같은 해설이나 거창한 통찰은 없어요. 편하게 페이지를 넘기다가 문득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친구 중엔 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이가 더 많은데요. “네가 이걸 읽고 힘냈으면 좋겠다”는 메세지를 담은 촌스러운 책 선물 정도로 받아들여지길 바라고 있어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이 있듯 사람과 책 사이에도 인연이 있으니, 저와 비슷한 이들이 우연히 이곳을 찾아 홀가분해 지면 좋겠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사람은 소설을 읽지 않아도 살지만 소설은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타인과 자신의 경계를 무너뜨린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어를 살짝 바꾸어 보겠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하지 않아도 삽니다. 사랑이 없어도 세계는 있고 자기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사랑은 타인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만들어 줍니다. 그 과정에서 막막한 현실을 조금은 따뜻하게 데워 준다고 믿어요. 은교와 무재가 먹었던 맑고 개운한 국물처럼.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나요 <백의 그림자> 中



어젯밤, 그 소설 읽고 좋아졌어

교보문고: https://goo.gl/S6vJYn

알라딘: https://goo.gl/qf1xW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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