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를 피해 걷는 마음

잘 사는 것보다 잘 죽고 싶은 마음에 대하여

by 웅이아부지


오늘은 산에 오르기 전,

"역시 많이 덥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숲길을 걸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나무들이 만들어준 그늘 덕에 바람이 서늘했고,
발걸음마다 의외의 선선함이 따라왔다.

한참을 걷다가 신발을 벗었다.
맨발로 흙을 밟아보니 차가운 촉감이 전해지고,
나뭇가지가 발끝을 스치자 오히려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개미 떼가 줄지어 지나가는 걸 보았다.
나는 괜히 그 길만큼은 피해서 돌아갔다.

작은 존재 하나 밟지 않으려는 그 순간,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으려면 이런 관심이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엔 나만 잘살면 된다고 여겼던 마음이 있었는데,

요즘은 다르다.
이젠 잘 죽고 싶다.
후회가 덜 남는 방향으로, 삶을 받아들이고 싶다.
우린 영원히 살 수도 없고, 원하는 만큼 살 수도 없는 존재니까.

그래서 더 작은 것들을 바라보게 된다.
개미를 밟지 않고,
나무 가지를 꺾지 않고,
꽃 앞에 멈춰 서서 한 번 더 바라보고,
길고양이에게 작은 응원을 건네는 삶.




아마 그것이 남은 삶을

조금 덜 후회하며 사는 방법일 것이다.
오늘 산 중턱,

누군가 세워둔 벤치에 앉아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거대한 지구 앞에 나는 먼지 같은 존재일지라도,
그 먼지다운 삶에도 분명 따뜻한 결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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