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원보다 독기와 생존력을.
내 아이에겐 부족함 없이 다 해주고 싶었다.
근데 돌이켜보니, 내가 아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결핍'을 뺏고 있더라.
1.
"내 새끼 기죽는 꼴은 못 보지." 이 마음이 비극의 시작이다.
원할 때마다 지갑을 열어주면, 아이는 세상 모든 게 쉽게 얻어지는 줄 안다.
부모가 아이의 '결핍 면역력'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는 거다.
2.
가장 치명적인 건 '기다림'을 뺏는 거다.
갖고 싶은 걸 참고 돈을 모으는 과정, 그 애타는 시간을 겪어보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지연된 보상'을 모른다.
참지 못하는 자에게 자본주의는 냉혹하다.
3.
풍요 속에서 자란 아이는 작은 것에 감사할 줄 모른다.
장난감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도 금방 질려버린다.
결핍이 없으니 간절함도 없고,
간절함이 없으니 물건의 소중함도 모르게 되는 거다.
4.
돈의 무게는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갈 때 비로소 느껴진다.
엄마 아빠 카드로 긁는 건 게임 속 무한 치트키와 같다.
스스로 모은 용돈으로 사게 해라.
그래야 천 원 모으는 게 얼마나 피 말리는 일인지 안다.
5.
결핍은 창의력의 어머니다.
장난감이 없으면 빈 종이박스로 로봇을 만들고 노는 게 아이들이다.
빈틈없이 다 채워주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할 공간이 사라진다.
약간의 심심함과 부족함을 허락해라.
6.
진짜 자존감은 비싼 한정판 운동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가 세 달 동안 용돈 아껴서 결국 샀어!"
이 성취감이 아이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만든다.
부모의 재력이 아이의 자존감이 되게 놔두지 마라.
7.
진짜 부자들은 아이에게 명품을 안 사준다.
대신 돈의 무서움과 가치를 가르친다.
마인드가 가난한 부모들이 오히려
남들 시선 의식해서 아이 몸에 비싼 걸 휘감는다.
껍데기만 화려하게 키우지 마라.
8.
아이에게 "안 돼"라고 말하는 건 부모에게도 고통이다.
떼쓰고 우는 걸 지켜보는 게 힘드니까 져주고 타협해 버린다.
하지만 진짜 부모의 사랑은 그 '미안함'을 견뎌내는 거다.
좋은 부모 코스프레는 그만둬라.
9.
결핍을 아는 아이는 훗날 우리가 가르쳐줄
'황금알 낳는 거위'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본다.
다 가져본 아이는 당장 거위를 잡아먹자고 조르지만,
부족함을 겪어본 아이는 알이 나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 줄 안다.
10.
통장에 수억 원을 꽂아주는 것보다, 통장이 비었을 때
다시 채워 넣을 수 있는 '독기'와 '생존력'을 물려주는 게 먼저다.
아이의 미래를 진짜 위한다면, 오늘부터 기꺼이 '결핍'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선물해라.
나에게 쓰는 편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