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 그것이 곧 사랑의 방향
서영아, 서준아.
아빠는 예전엔 시간을
그냥 흘러가는 거라고만 생각했어.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나면
시간은 늘 지나가 있었지.
하지만 어느 순간,
아빠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단다.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랑을 머무르게 하는 공간일 수 있겠구나.”
누군가와 밥을 먹는 시간,
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시간,
너희랑 손잡고 걷는 아침의 그 짧은 순간들.
그건 단지 ‘시간이 흐른’ 게 아니라,
사랑이 거기에 잠시 머물렀던 거였단다.
그래서 아빠는
시간을 아껴야겠다는 생각보다,
시간을 사랑하자고 다짐하게 되었어.
•사랑하니까 더 귀하게 쓰고 싶었고,
•사랑하니까 허투루 흘리지 않고 싶었고,
•사랑하니까 그 시간을 함께 나누고 싶었단다.
누군가는 시간은 돈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시간은 화살이라 말하지만
아빠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
시간은,
사랑이 가장 조용하게 머무는 방식이다.
너희가 자라서 어른이 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숨이 찰 때쯤
이런 생각도 해봤으면 좋겠어.
시간이란 건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어떤 마음과 함께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누구에게 시간을 쓰고 있느냐,
그게 바로
지금 내가 가장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물론,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지.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시간을 보내긴 어렵고,
일 때문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하루를 함께 써야 할 때도 많으니까.
아빠도 그랬단다.
시간을 돈과 바꾸고,
그 돈으로 너희와의 시간을 지켜내야 하는 날들이 있었어.
그래서 아빠는 이렇게 생각했어.
지금 이 시간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닐지라도,
그 시간을 어떻게 견디고, 어디로 데려가는지가 중요하다.
억지로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흘러가게 만들 시간.
아빠는 그걸 위해 살았단다.
너희에게 조금 더 가까워지는 방향으로,
시간을 조용히, 묵묵히 벌고 쓰는 중이었어.
그러니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너희가 바쁘고 지칠 때가 오면
이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시간은 마음이 머무는 방향을 보여주는 거라는 걸.
그리고 아빠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너희를 생각하며
시간을, 사랑처럼 쓰고 있단다.
서영아, 서준아.
시간은 참 유한하기 때문에 귀한 가치야
이번 인생에서 너희는,
우리보다도 더 그 유한함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소풍이 되길
아빠는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