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아테네 북서쪽에서 발생한 화재가 아직도 아테네를 태우고 있다.
40도가 넘는 고온에 손이 퍼석퍼석 할 정도로 건조해서 핸드크림을 수시로 발라야 했던 아테네의 여름을 떠올리며, 그래 불이 날만도 하다 라고 생각했다.
기사를 찾아보니, 화재가 발생한 지 4일이 넘어가도록 화재는 진압되지 못 했고
거기다가 차를 뒤집어놓을 정도의 강풍까지 불어서 화재 진압은 더욱 어려워 보였다.
파르테논 위에 붉은 연기가 떠다니는 모습, 쇼핑한다고 자주 가던 동네가 물에 잠긴 모습,
화마를 바라보며 망연한 아테네인들의 뒷 모습을 기사 사진으로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익숙한 동네, 익숙한 뒷 모습들을 화마를 배경으로 한 기사 사진으로 접한다는게, 내가 활보했던 거리가 무너진 모습을 이 곳에서 본다는게, 이 기분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테네는 아주 작은 도시다. 그리스의 수도이긴 하지만, 그리스 자체가 큰 나라가 아니다.
아테네는 서울 면적의 16분의 1밖에 안 된다. 강남구 면적이랑 비슷하다.
강남구만한 아테네에 그리스 인구의 40%인 사백만의 그리스인이 살고, 고도 제한까지 있어서 해발 156m밖에 안되는 아크로폴리스에 오르면 아테네 전체가 한 시야에 들어왔다.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저 쪽으로 보이는 바다가 에게해구요 배들이 떠다니는 곳은 피레우스 항구입니다. 유럽 최대의 항구로 그리스는 전 세계 해운업의 1위, 선박왕 오나시스의 나라에요. 그리고 뒤 돌아 저쪽으로는 아테네 공항입니다, 다시 고개 돌려 이쪽으로 보이는 산은 펜텔리 산으로 세계 최고의 대리석이 나오는 산입니다. 저 산에서 대리석을 가져다가 파르테논을 지었구요. 여러분이 보는게 아테네입니다. 파르테논을 중앙에 두고 모두 파르테논 보다 낮기 때문에, 한 눈에 도시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신기한 도시에요 우리아테네는
하고 설명해 줄 수 있을만큼 작은 도시다.
이렇게 작고 소담한 도시에 큰 불이 나서, 불길을 피해 절벽까지 내몰린 사람들은 아이를 안고 바다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아테네에는 대피령이 내려져 사람들은 아테네를 떠나고 있다고 한다.
어떻게 이렇게 슬픈일이 일어났을까, 내가 지금 저 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딱 두달 전까지만 해도 난 저 곳에 있었으니까...
작년에는 아테네 해변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다. 그래서 바다 한 편이 새까맸었다.
아테네에 왜 이렇게 슬픈일이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찬란하다 라는 단어가 실체를 얻으면 그리스가 되는게 아닐까 라고 자주 생각할만큼,
그리스는 반짝거리는 나라다. 너무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는 바로 볼 수도 없을만큼 빛나는 바다와 하늘이 당연했던 나라다. 마음이 아프다.
어서 다시 아테네가 눈 아프도록 눈부셔졌으면 좋겠다. 나에게 그리스는 언제나 천국이고,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이다. 그리스만은 늘 천국처럼 찬란하길 바란다. 나에게 많은 사랑과 친절을 베풀었던 수 많은 아테네인들이 이 재난과 슬픔을 이겨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