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1 (23.06.10) - 베이컨 떡말이
오늘로 휴직 D+10 일
대기업 금융회사에 25년을 출근했더니 공로 휴직이라는 이름으로 안식년 형태의 휴직 기회가 왔다.
내 기억에 우리회사에 공로휴직이라는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 실상 공로휴직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30년 가까이 회사를 다니신 분들 중에 퇴직을 염두에 두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신청자를 보지 못했으니, 정확히 올해 3월에 입사 25년 차가 된, 또 아직 40대인 내가 휴직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들 '왜 휴직을?' 하며 놀라는 눈치 반, '어디 다른 곳에 봐 놓은 자리가 있는가 보다' 하는 시선이 반이었다.
사실 솔직히 너무 지쳤다.
그렇다고 내 25년 회사생활의 궤적이 고통스러운 순간들로 가득 찼던 것은 아니다. 분명 짜릿한 성취의 순간도 있었고, 회사와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사명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고, 또 두고두고 자랑할 만한 내 인생의 자랑거리가 생긴 순간도 많이 있었다. 히지만 흔히들 말하는 번아웃의 순간이 온 것인지 너무 지쳐서 그냥 쉬고만 싶었다.
23년 4월 초 휴직 공모가 사내 게시판에 뜨고 며칠의 고민 후 가족과 상의를 거쳐 나는 휴직을 신청했고 휴직 공모 심사를 거쳐 휴직이 승인되었다.(공식적으로 공로휴직은 회사의 승인이 있어야 시작된다)
그렇게 다가온 6월 1일 아침, 나는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휴일도 휴가도 아닌날, 출근하지 않고 집에 있는 그 순간이 그저 신기하고 이질적이었다.
내가 왜 지쳐서 쉬고 싶었는지는 나 스스로도 정확히 모르겠다. 휴직을 시작한 지 10일 차인 오늘부터 기록을 남기며 스스로 정리해 볼 생각이다. 그런데 휴직을 시작한 이후 휴직 기간 동안 좀 더 의미 있는 도전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10일간 해보았다. 여러 가지 거창한 것들이 있었지만 당장 시작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형태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고1 딸에게 등교 전 아침밥을 해주는 것이었다.
호기로운 도전이다. 사실 매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히지만 딸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과 경험이 될 것을 기대하며 하루하루아침을 차리려 한다.
평소 휴일 아침이면 딸에게 브런치를 차려줬던 경험이 많이 있어 이 정도 메뉴는 어렵지 않다.
떡볶이 떡에 베이컨을 말아서 오븐에 구우면 10분 정도면 딸이 좋아하는 베이컨 떡말이가 완성된다.
웃는 얼굴로 잘 먹고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요리랄 것도 없이 플레이팅이 전부인 아침밥을 차려 주면서 "앞으로 더 맛있는 걸 해줄게"라고 말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튜브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휴직 D+10일이 시작된다.
소요시간 : 약 15분
[재료]
떡볶이떡 10개
베이컨 5장~10장 (떡 1개당 절반 써도 되고, 1장 말아도 됨)
스위트칠리소스는 시판 제품 사용 (취향껏 다양한소스 가능, 없어도 그만)
[레시피]
1. 떡볶이 떡에 베이컨을 말고 녹말 이쑤시개로 고정 (고정 안 해도 됨)
2. 200도로 예열시킨 오븐에 250도 10분~ 15분
* 예열 안 했으면 250도 20분~ 25분정도 (오븐에 따라 다름. 발뮤다 오븐 사용)
3. 예쁘게 담으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