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65 (23.09.05)
야이 쫌생아! 일인당 10개씩은 먹어야제! 40개 주세요!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해태와 삼천포가 생애 처음으로 KFC 비스킷을 주문하던 이 장면을 기억하는가? 요즘은 스콘이라는 이름으로 대중화된 빵이지만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1994년에는 KFC 정도에서만 비스킷이라는 이름으로 스콘을 먹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나의 기억일 뿐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내가 출입했던 곳이 고작 KFC정도 수준의 음식점이었으니 말이다.^^) 드라마에서 주문한 40개의 스콘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던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장면이다.
그 스콘을 집에서 만들 수 있을 줄이야. 유튜브에는 스콘을 만드는 방법들이 아주 많이 있다는 것을 휴직을 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게 바로 휴직의 묘미 아닐는지! 스콘을 아침 밥상에 올리면 따님이 분명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침은 스콘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유튜브에서 검색한 대로 아몬드 가루와 생크림, 달걀, 알룰로스, 베이킹파우더를 준비해서 반죽하고 오븐에 굽굽하니 정말 먹음직한 스콘이 만들어졌다. 보기만 먹음직한 것이 아니라 진짜 맛도 일품인 스콘이 탄생하니 이 얼마나 신기한 일인가? 정말 응답하라 1994와 동시대에 대학교를 다녔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따님의 평가시간! 역시 예상대로 A+를 수여하신다. 기쁜 마음에 슬쩍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야기를 꺼내며 당시에는 'KFC는 물론 버거킹 매장이 서울에만 먼저 생겨서 지방에는 없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약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KFC가 뭐 대단한 곳이라고...' 이런 반응 말이다. 하긴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도 TV 드라마에는 '잘생기고 세련된, 또 잘 나가는 도시 남녀 주인공이 들러 간지 나게 커피 한잔 하면서 데이트를 하는 곳'으로 등장했었다. 실제로도 편의점이 처음 생겼을 때는 동네 슈퍼마켓과는 다른 깔끔함으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랬던 편의점이 현재의 드라마에는 '갈 곳 없는 청춘들이 맥주 한 캔에 라면을 먹거나 학원에 가기 전에 중고딩이 들러 급하게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장소'로 등장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세상은 계속해서 변해간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딸은 학교에 갔지만 식탁에서 아내와 나의 추억놀이가 계속된다. 스콘 하나로 아침 밥상이 풍성하다. 음식이 주는 힘은 참 묘하다. 맛도 맛이지만 음식에 깃든 기억이 함께 하면 맛보다 더 큰 힘을 가진다. 앞으로 스콘을 몇 번 더 만들게 될 것 같다.
66번째 아침 밥상 : 아몬드 스콘 (난이도 중하)
소요시간 : 35~40분 (오븐에 따라 시간 상이)
[재료]
아몬드 가루 280g, 달걀 1개, 생크림 200ml, 알룰로스(가루) 35g, 베이킹파우더 5g, 소금 1/2 티스푼
[레시피]
보울에 달걀을 잘 풀어주고 생크림 200ml를 추가해 잘 섞어준다.
아몬드가루와 알룰로스가루(또는 설탕),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채쳐 내려준다.
달걀과 생크림 섞은 것을 가루에 부어 골고루 섞는다.
대략 8등분 해주고 포크로 대충 떠서 베이킹 시트 또는 오븐팬 위에 올려 모양을 잡는다.
우유를 살짝 발라 주고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 10~15분 굽다가
160도로 내려서 10~15분 추가로 구워준다. (오븐마다 온도와 시간이 상이하니 옆에서 지켜볼 것)
[Tips!]
퍽퍽한 스콘을 좋아하면 생크림의 양을 조금 줄이면 됨
스콘의 모양을 예쁘게 만드는 것보다 대충 떠서 놓으면 울퉁불퉁 자연스러운 모양이 됨
딸기잼이나 블루베리잼과 함께 먹으면 좋음
※ 참고 레시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ARJ6vqG1NWE&t=10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