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밥상 #98 (23.10.19)
휴직 D+ 141일
오늘의 아침밥상 '미니 밥도그'
밥도그를 만들 때면 떠오르는 '그날'이 있다
밥도그는 휴직 후 아침밥상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다. 그런 밥도그를 만들 때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날이 있으니 그날은 바로 밥도그를 처음 만들던 날이다.
그날은 본격적인 휴직에 들어가기 전날인 23년 5월 31일로 나는 휴직 전 남아있는 연차를 붙여서 휴가를 쓰면서 휴직의 설렘 속에 거의 처음 아침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그날 선택한 메뉴가 바로 밥도그였다.
어떤 음식이든 처음 만드는 날은 서툴기 마련이다. 5월 31일 밥도그를 처음 만들던 날은 휴직 아빠의 아침밥상 시리즈를 과연 내가 이어갈 수 있을지 나 스스로 시험을 해보는 기간이었기 때문에 허둥지둥 밥도그에 도전 중이었다.
서툰 솜씨로 밥과 시판하는 '밥이랑'을 섞고 계란물을 입혀 서둘러 밥도그를 팬에 굽고 있는데, 어디선가 짧게 사이렌 소리가 한번 짧게 나는 듯했다. 하지만 금세 소리가 멈추길래 '어디서 불이 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음식 만들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 잠시 후 사이렌과 함께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경보가 울리고 온 식구의 휴대폰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가 울리면서 새벽의 분주함은 당혹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게 뭐지? 전쟁인가?'
음식을 하다 말고 지금 실제 상황임을 알리면서 딸과 아내를 깨우고 네이버에 접속하려 하니 네이버가 불통이었다. '인터넷 망이 벌써 끊긴 건가?' 나는 처음 보다 조금 더 많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TV를 켜니 속보를 전하는 앵커도 우왕좌왕하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네이버만 끊어지고 다른 사이트는 연결되는 걸 보니 인터넷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대피를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에서 우선 음식을 하던 가스불을 끄고 우선 옷을 입으면서 나름 대피준비를 하던 중 약 10여분 후 경계경보 오발령 안내 문자를 받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커다란 당혹감을 느낀 그날!
그 몇 분이 지나고 나는 다시 밥도그를 만들었고, 우리 식구는 그 밥도그를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래서 밥도그와 그날의 사건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제 밥도그만 보면 손에 비닐장갑을 끼고 서둘러 TV를 켜고 허둥대던 나의 모습과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먹었던 밥도그의 맛이 떠오르는 것이다.
밥도그를 처음 만든 그날 이후 아내의 최애 메뉴는 밥도그다. 아내는 내가 만들어준 밥도그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날의 한바탕 난리 때문에 밥도그가 맛있어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해준 밥도그가 정말 끝내주는 맛인 건지는 모르겠다. 뭔들 어떠리 아내가 계속해달라고 할 만큼 맛있다는데 그거면 됐지.
오늘도 아내의 요청으로 밥도그를 만들었다.
밥도그를 만들면서 그날이 떠올라 혼자 실실 웃으면서 밥도그를 밥상에 올렸다. 오늘은 잡곡밥을 활용해서 만들었더니 밥 색깔이 흰색이 아니고 팥색이다. 그래도 딸의 평가는 A+!!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아내도 밥도그만큼은 많이 드신다. 뿌듯한 하루가 시작된다. 아마도 밥도그는 앞으로도 더 자주 만들게 될 것 같다.
98번째 아침밥상 : 미니 밥도그
소요시간 : 20~30분 (난이도 中: 계란옷을 예쁘게 입히지 않으려면 下)
[재료]
밥 1 공기, 달걀 2개, 비엔나소시지 10개, 밥이랑 1개, 참기름 1T
[레시피]
밥 1 공기에 밥이랑을 넣고 참기름을 뿌려 잘 섞어준다
비엔나소시지는 끓는 물을 부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익힌다. (냄비에 넣고 끓이는 방법 사용 가능)
밥으로 소시지를 감싸며 육면체 모양으로 만든다 (둥근 모양보다 육면체가 굽기가 편함)
계란 2개를 푼 물에 밥을 넣고 계란물을 입힌다
팬은 약불로 세팅하고 기름을 살짝 두른 후 밥을 천천히 구워준다
[Tips]
불은 강불로 하면 계란이 너무 빨리 익어 색깔이 너무 진해짐. 약불로 오래 구워야 밥이 누룽지 느낌이 됨
흰밥으로 만드는 것이 노란색을 내는 데는 좋음
노란색을 진하게 내고 싶으면 구우면서 남은 계란물을 여러 번 덧 입히는 것이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