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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Feb 23. 2024

99. 사각팬 사용 개시!
'계란말이와 누룽지'

휴직 아빠의 아침밥상 #99 (23.10.20)

휴직 D+142일

오늘의 아침밥상 '계란말이와 누룽지탕'

꼭 만들고 싶었지만 미뤘던 메뉴

휴직 후 아침밥상을 준비하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메뉴 중 하나가 계란말이였다. 사실 계란말이는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메뉴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계란말이를 예쁘게 만드는 것은 항상 어려웠다. 모양이 예쁘지 않았고 결과물은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러던 중 유튜브를 보고 내 계란말이가 실패하는 이유 몇 가지를 알게 되었다. 


첫째, 계란을 너무 적게 준비했었다. 

계란말이 속에 다른 재료를 넣지 않는 경우, 적당한 모양을 갖춘 계란말이를 만들려면 계란 4개 정도는 준비해야 도톰한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다. 계란말이 팬의 사이즈가 작은 편이라고 해도 못해도 3개는 준비해야 한다. '둘이 먹을 거니까 계란 2개면 되겠지?' 이런 마음으로 만들면 그냥 계란 지단이 탄생한다. 


둘째, 조급함과 불안함 때문이었다.

계란말이는 천천히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불안함이 없어야 한다. 계란을 조금씩 나눠 부으면서 한번 접고 기다리고, 두 번 접고 기다리고... 이렇게 기다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또 계란말이를 만들 때의 불은 켜고 끄기를 반복하거나 '초 약불'로 놓고 해야 한다. 그동안 실패한 계란말이의 기억에는 항상 중불 이상의 불 세팅과 '빨리 말아야 한다'쫓기는 마음과, '망친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 계란말이는 초반에는 망쳐도 상관없다는 것을 배웠다. 초약불로 놓고 천천히 계속 접다 보면 망친 부분은 속으로 들어가서 다 사라진다. 절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냥 마지막만 잘 말면 된다. '처음이 좋아야 끝이 좋다'라는 말은 계란말이에서는 틀린 말이다. 오히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이 계란말이와 어울린다. 


셋째, 적당한 연장이 없었다.

나의 경험상 사각팬이 있다면 실패할 확률이 확연히 낮아진다. 익숙한 사람이라면 원형 팬으로도 충분히 잘 만들 수 있지만 계란말이 초보인 경우라면 커다란 원형팬으로 계란말이를 하면 계란말의 길이가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계란을 적게 준비한 경우 계란말이가 아닌 지단이 탄생하게 될 확률이 높다. 


그냥 대충 먹을 계란말이를 만든다면 상관없지만 예쁜 계란말이를 만들고자 한다면 사각팬 구입을 추천한다. 사이즈가 작은 사각팬일수록 적은 양의 계란으로 도톰한 계란말이를 만들 수 있다.


휴직 후 유튜브를 보면서 사각팬에 욕심이 생겼다!

이렇게 유튜브를 보면서 내 안에서는 사각팬 구매 욕망이 점점 커져갔다. 

'그래 저게 없어서 내가 계란말이를 못하는 거야. 내가 실력이 없는 게 아니라고' 

결국 휴직 후 가족여행 중 들른 아울렛에서 마음에 드는 테팔 사각팬을 구입했다. 


구입할 때는 매일 계란말이를 하리라 결심했었다. 하지만 구입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계란말이는 아침밥상에 올리지 못했다. 아마도 날씨 탓이었을 것이다. 6월에 휴직을 했으니 천천히 불 앞에서 따뜻하게 말아서 내놓는 계란말이와 뜨거운 여름은 서로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계절을 관통하면서 큰 비도 내리고, 태풍도 지나고, 뜨거운 태양과의 사투를 거쳐 이제 가을을 맞이하니 자연스럽게 계란말이를 하고 싶어졌다.


한 땀 한 땀, 비단을 접듯이 수를 놓듯이

신사임당이라도 된 양, 새벽의 주방에서 계란말이를 접는다. 물아일체의 경지랄까? 몰입과 함께 희열이 느껴진다. 오늘 계란말이의 하이라이트는 분리한 흰자와 노른자를 활용해 멋진 기하학적 무늬를 넣는 것이다.


그런데 살살 무늬를 넣으려던 내 마음과는 달리 나의 손은 노른자를 팬에 확 쏟아 버린다. '멋진 기하학적 물결무늬'는 우선 실패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 괜히 복구하려고 하면 더 망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멋진 기하학적 무늬' 대신 '그냥 무늬'를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정성을 들인 계란말이와 누룽지탕을 함께 밥상으로 올리니 따님의 평가는 A+

누룽지탕 국물이 좀 적어서 별로였지만 그래도 따님은 만족! 

오늘도 자치회 일정으로 일찍 집을 나서는 딸을 배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99번째 아침밥상 : 계란말이와 누룽지탕

소요시간 : 20분 (난이도 중 : 계란말이를 처음 하면 조금 어려울 수 있음)

[재료]

계란 8개, 우유 1 tbsp, 소금 1/4 tsp, 설탕 1/4 tsp, 

크래미 2~3개 (선택사항으로 크래미를 넣으면 계란양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좋음)


[레시피]

계란 2개를 흰자, 노른자 따로 분리한다.

노른자 1개는 다른 그릇에 담는다.

노른자만 섞는다.

노른자를 담은 그릇에 계란 6개, 우유 1 tbsp, 소금 1/4 tsp, 설탕 1/4 tsp를 넣고 섞는다.

크래미를 손으로 잘게 찢어 계란물에 넣어 섞는다. (계란만 원하는 경우 생략, 단 계란양을 늘리는 것 추천)

중 약불의 팬에 기름을 바르고 계란물을 얇게 붓는다.

계란이 80% 익었을 때 계란을 돌돌 말아준다.(반복)

계란말이가 완성되면 초 약불로 줄인다.

팬의 위쪽으로 계란말이를 놓고 아래쪽에 노른자를 부어 모양을 낸 후 노른자가 익으면 흰자를 붓는다.

흰자가 80% 익으면 말아준다.

[Tips!]

흰자는 섞지 않아야 함. 흰자를 섞으면 거품이 생겨 익었을 때 모양이 예쁘지 않음

설탕을 넣으면 계란 특유의 비릿한 맛을 없애는 데 효과적!


★아침아빠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ads_breakfast_morningpapa


※ 참고 레시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oI9yhGS8IpA&t=8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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