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D+ 99일
오늘의 아침 밥상 '허니 갈릭 소시지빵'
아빠를 닮았는데 이상하게 예뻐
자랑 같이 들리지만 우리 따님을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거의 비슷하게 하는 말이 바로 이 말이다. 우선 딸이 예쁘다는 말이니까 기분이 좋다. 그런데 그 앞의 말은 내가 못생겼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해서 처음엔 살짝 기분이 나빴었다. 하지만 솔직히 내 얼굴이 '영화배우 뺨치게' 생긴 것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얼굴인데 잘 생겼다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앞의 '이상하게'라는 수식어에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아빠를 닮았다'는 말과 '예쁘다'는 말만 남게 되어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신이 나는지 모른다.
그렇게 '아빠를 닮았는데 이상하게 예쁜' 우리 딸은 나의 식성도 많이 닮았다. 물론 편식을 하고 입이 짧은 것은 나를 전혀 닮지 않았다. 딸은 '내가 입이 짧고 편식을 하는 것은 엄마를 닮아서'라고 주장하고, 아내는 '나는 어린 시절 자신은 편식을 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한다. 정확한 것은 장모님을 증인으로 세워야 하겠지만 이거 밝히자고 3자 대면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그냥 나를 닮지 않아 입이 짧다 정도로 마무리 짓고 살고 있다.
자, 다시 딸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비슷하다는 점으로 돌아와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좋아하는 빵은 달콤한 빵보다는 약간 짭짤한 빵류를 좋아한다. (물론 내가 달콤한 빵을 싫어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의 글에서 써왔듯 나는 뭐든 잘 먹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빵을 3개 꼽으라면 그중에 소시지빵이 들어간다. 바로 이 식성을 따님이 닮은 것인지 따님은 어린 시절부터 아티제 소시지빵을 즐겨 먹었다. 그래서 그녀의 어린 시절에 나는 아티제에서 소지지 빵을 참 많이 샀었다. 그런데 아티제 빵의 가격은 착하지가 않다. 아티제에서 이런저런 빵을 풍족하게 사면 가격이 정말 만만치 않게 나온다. 그래도 입 짧은 그녀가 잘 드시므로 아티제를 자주 들락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티제 소시지빵 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소시지빵을 그것도 저렴한 식빵을 활용해서 비슷하게, 아니 더 멋지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동영상을 발견했다. 이 레시피에 어찌 내가 도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장 냉동실에 곤히 잠들어 있는 식빵과 잔슨빌 소시지를 꺼내 도전을 감행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주얼 폭망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하지 못한 나의 실수였다.
첫째, 레시피 동영상에서는 당일 사온 신선한 식빵을 사용하신 듯한데, 나는 냉동실에 오래 묵혔던 빵을 해동시켜서 사용하다 보니 빵을 밀대로 밀어 동그랗게 말아 올리는 과정에서 빵이 다 갈라져버렸다.
둘째, 빵이 갈라지다 보니 너무 소극적으로 빵을 밀어서인지, 아니면 우리 집 냉장고에 있는 잔슨빌 소시지가 너무 두꺼운 것인지 소시지가 들어갈 공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결국 소시지를 반을 갈라 넣게 되었다. 그 결과 오븐에서 구워지면서 소시지가 들어 올려졌다. 사진의 비주얼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사진이 없는 나머지 반쪽은 소시지가 동그랗게 말려 벼렸다. 이 굴욕적 비주얼은 아무도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상에 올리기 전, 딸과 아내가 부엌에 입장하기 전에 내가 다 먹어버렸다. 이것도 실수다. 실패 사진을 남겨놓고 내 요리 인생의 교훈으로 삼았어야 하는데...
셋째,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모짜렐라 치즈 토핑을 너무 많이 넣어 치즈떡 비주얼이 되어버렸다.
가만히 다시 생각해 보니 갈라지는 빵은 테두리를 잘라내고 빵을 밀대로 밀었으면 보완할 수 있었을 것 같고, 그렇게 되면 소시지를 반을 가르지 않고 넣을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유튜브와 인스타 댓글을 좀 더 자세히 봤다면 오늘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냉동 식빵을 사용해 나와 비슷한 사태(?)를 경험한 분들의 경험담과 질문이 올라와 있었고, 레시피 게시자분들은 빵을 촉촉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 문제였다. 또 모짜렐라 치즈는 너무 욕심내지 말았어야 했다. 살아오면서 많은 실수를 경험하고 어떤 일이 되었건 사전 시뮬레이션을 잘하자고 결심을 했건만 아직도 매번 직접 실수를 경험해야 깨닫게 된다. 아직도 내가 어린(?)것 같다.^^
어찌 되었건, 드디어 아침 밥상에 빵을 올려야 한다. 오늘의 빵을 식탁에 올리려니 심장이 쪼그라든다. 비주얼 폭망인데 어쩌나? 따님이 아침 밥상을 거부하는 것은 아닐까? C등급, 아니 F등급의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닐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런데 따님의 평가는 A+이다. 어떻게 이런 놀라운 일이 벌어졌을까? 따님의 말로는 본인은 비주얼 보다 맛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녀가 꼬꼬마 아기시절부터 소시지빵을 아빠 닮아 그리 잘 드셨던 분이란 것을 말이다.
68번째 아침 밥상 : 허니 갈릭 소시지빵 (난이도 중하)
소요시간 : 25분 정도
[재료]
식빵, 소시지, 마늘, 버터, 꿀, 파슬리
[레시피]
소시지는 끓는 물에 데쳐서 칼집을 내서 준비한다.
다진 마늘 한 큰 술, 버터 60g, 파슬리 1큰술, 꿀 1~2큰술을 섞어 갈릭버터 스프레드를 만든다.
부드러운 식빵을 밀대로 밀어 납작하게 만든다.
식빵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리고 소시지는 대각선으로 올려 말아 이쑤시개로 빵과 소시지를 고정한다.
식빵 겉면에 갈릭버터 스프레드를 바른다.
소시지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살짝 얹는다. (생략가능)
180도로 예열된 오븐에 15~20분 굽는다 (오븐마다 시간 상이)
[Tips!]
갈릭버터 스프레드 만들 때 버터는 상온버터 사용하고 전자레인지에 녹이지 않음
식빵은 꼭 부드러운 신선한 빵을 사용 추천. 냉동식빵 사용은 비추
소시지 반을 가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음. 구워지면서 말려버릴 가능성 큼
※ 여러 방법이 있으니 동영상 보시고 참고해서 판단 후 도전해 주세요~
참고 레시피 동영상 1
참고 레시피 동영상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