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69 (23.09.08)
휴직 D+ 100일
오늘의 아침 밥상 '그레놀라 그릭요거트 브렉퍼스트'
일주일의 마지막날이 또 이렇게 다가왔다.
처음 휴직을 했을 때는 휴직을 하면 요일감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일 아침 밥상을 차리고 있잖니 딸의 일정에 따라 오히려 요일감각은 더욱 예민해졌다. 딸이 일찍 등교하면 기상시간은 더 빨라졌고, 그녀의 점심 급식 메뉴를 보고 최소한 겹치거나 비슷한 식재료를 피하려고 주간 급식 일정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매주 목요일 저녁이 되면 이번 한 주 차렸던 아침 밥상을 나름대로 복기(?)하면서 금요일 아침 밥상을 구상한다.
그런데 오늘 아침은 딱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렇다고 유튜브에서 본 신메뉴를 시도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그냥 간단하면서도 정갈하게, 그렇지만 예쁘게 차려보기로 했다. 어제 비주얼 폭망인 아침 밥상을 올린 것에 대한 나 스스로의 보상심리라고나 할까?
목요일 밤 책상에 앉아 출정전야에 전투대세를 점검하듯 종이를 꺼내 스케치를 시작했다. 내일 사용할 식기와 (이렇게 말하니 뭐 대단한 식기들이 가득한 주방을 가진 듯 하지만 사실 쓸 수 있는 식기의 개념은 설거지를 마친 식기라고 할 수 있다. ㅋ) 차릴 음식의 종류, 그리고 테이블 세팅 위치등을 떠올리면서 어떤 배열로 어떻게 모양을 잡을까 생각해 보고, 냉장고의 재료들을 점검했다.
우선 따님의 최애 아침 메뉴인 그릭요거트와 그레놀라를 함께 담고 달콤한 꿀을 얹기로 했다. 그리고 삶은 계란 한 개를 계란 전용 접시에 예쁘게 담고 허브 솔트로 마무리하면 비주얼 가점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따님이 좋아하는 베이컨도 한 줄 굽기로 결심했다. 절대 과하지 않게 딱 1줄을 예쁘게 구워서 세팅해야만 한다. 어제의 모짜렐라 사태, 과유불급을 잊지 말자! 그리고 미니 생모짜렐라 치즈 3개에 에 발사믹을 뿌려 비주얼 화룡점점을 완성하기로 계획했다.
금요일 아침! 지난밤에 계획한 대로 음식을 준비해 세팅하고 사진을 찍으니 나의 스케치만큼이나 예쁜 아침 밥상이 되었다. 어제의 비주얼은 잊어 달라는 듯 자신 있게 세팅한 밥상을 대령하니 따님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그녀의 오늘 평가는 예상대로 A+!
이렇게 이번주 아침 밥상이 마무리되었다. 물론 주말 밥상도 진행될 것이고, 다음 주 아침 밥상은 또 계속된다. 하지만 무엇이든 마감을 정해 놓고 끊고 가는 것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아침 밥상을 차리고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가만히 달력을 보니 오늘이 휴직한 지 100일째 날이다. 그것도 크게 의식하지 못할 만큼 나는 아침 밥상에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억지로 시킨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지난 휴직 기간 동안 참 많은 아침 밥상을 만들었고, 또 딸과 함께한 아침 밥상의 대화들로 인해 딸과 공유하는 내 인생의 스토리가 그만큼 많아졌다. 생각해 보면 휴직으로 인해 나는 새로운 것들을 참 많이 얻고 있다. 휴직하길 참 잘했다.
69번째 아침 밥상 : 그레놀라 그릭요거트 브렉퍼스트 (난이도 하)
소요시간 : 10분~15분
[재료]
달걀 1개, 그릭 요거트, 그레놀라, 베이컨 1줄, 미니 생모짜렐라치즈, 건 블루베리, 아몬드 슬라이스
[레시피]
그레놀라를 그릇에 2큰술 담고 그 위에 그릭 요거트 한 스쿱을 올린다.
그레놀라 위에 건 블루베리, 아몬드 슬라이스를 살짝 뿌리고 꿀을 뿌려 마무리한다.
계란은 취향에 따라 완숙 또는 반숙으로 삶아 예쁘게 담고 허브솔트와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한다.
베이컨 1장을 바짝 구워 기름을 제거하고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담고 파슬리 뿌려 마무리한다.
미니 생모짜렐라 치즈 3개를 담고 발사믹을 예쁘게 뿌려 마무리한다.
[Tips!]
베이컨은 강불에 구우면 타버리므로 중불로 바삭한 느낌이 들 때까지 구워 키친타월로 기름을 제거한다.
그릭요거트는 일반 스푼으로 퍼도 좋지만 아이스크림 스쿱을 활용하면 쉽게 예쁜 모양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