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75 (23.09.18)
휴직 D+110일
오늘의 아침 밥상 '아몬드 치즈 토스트'
청출어람에 재미 붙인 아빠, 또 따라 하다.
새롭게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당충전이 필요한 가족 모두를 위해 달달한 메뉴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딱히 뭘 만들어야 할지 막막할 때는 역시 엄마 메뉴가 가장 안전하다. 또한 엄마표 메뉴를 따라 해서 엄마 것 보다 더 좋은 평가를 획득했던 며칠 전 '에그 잉글리시 머핀'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부푼 꿈도 있었다. 그야말로 이제 엄마표 메뉴를 뛰어넘는 것은 '껌'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70번째 아침 밥상 내용 참조]
https://brunch.co.kr/@woongpaj/130
내가 선택한 메뉴는 아몬드 치즈 토스트다.
그동안 아주 자주 먹어본 메뉴이기에 레시피를 쉽게 외우고 있었다. 식빵을 누른 뒤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설탕과 아몬드 슬라이스를 올려서 토스터나 오븐에 굽기만 하면 끝이다!
하지만 지난번 승리에 너무 도치되었던 것일까?
오늘의 평가는 완패다. 따님이 예의상 A0 평가를 준 듯하지만 명확하게 '엄마가 만든 게 맛있다'라고 평가했다.
내가 잉글리시 머핀을 만들 때의 초심을 까먹었던 것이 분명하다. 잉글리시 머핀을 만들 때 '무조건 예쁘게"라는 단어에 얼마나 집중했었던가? 오늘은 그 '예쁘게'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모양을 보라. 이 얼마나 우스운 테두리 처리인가? 아무리 생각이 없기로서니 식빵을 누르기 전에 테두리를 컷팅했기 때문에 식빵을 누른 뒤 모양이 엉망이다. 그런데 더 문제는 이걸 식빵을 굽기 전에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이 마음이 풀어지면 이런 결과가 생기는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맛은 충분히 맛있다고 위로(?)의 평가를 내려준 따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지난번 잉글리시 머핀의 패배로 앞으로 잉머는 내가 계속 만들게 되어 실질적인 궁극의 승리(?)를 가져갔었던 아내님은 오늘 어떤 마음 이실까? 앞으로 아몬드 슬라이스 토스트는 아내가 계속 만들게 될 터이니 오늘은 내가 궁극의 승리를 한 것일까? 그런데 따님은 오늘은 카톡을 보내지 않으신다. 지난번처럼 '이제 엄마가 만든 아몬드 치즈 토스트만 먹을래'라는 카톡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식빵을 누르고 있을 때 아내는 분명 주방에 들어왔었다. 그렇다면 내가 테두리 처리를 잘못하고 있음을 알았을 텐데,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늘 궁극의 승리는 또다시 아내에게 돌아간 것일까? 나는 왜 항상 아내보다 한수 뒤지고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일까? ㅋ
더 이상 생각하면 어찌하리? 그냥 내가 만들었지만 오늘 아침 참 맛있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이렇게 행복한 맛으로 하루가 또 시작된다.
75번째 아침 밥상 : 아몬드 치즈 토스트 (난이도 하)
소요시간 : 10~15분
[재료]
식빵, 모짜렐라 치즈, 설탕, 아몬드 슬라이스
[레시피]
식빵은 밀대로 눌러서 납작하게 만들고 테두리를 잘라낸다. (꼭 밀대로 누른 뒤 잘라낼 것)
식빵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올리고 그 위에 아몬드 슬라이스와 설탕을 차례로 올린다.
취향에 따라 시나몬 파우더를 추가로 뿌려도 좋다
토스터나 오븐을 활용해서 5~8분 정도 구워낸다.
[Tips!]
식빵을 먼저 밀대로 밀고 테두리를 잘라내는 순서를 기억할 것
오븐 온도는 170도 정도가 적당하다. (다만 오븐마다 차이가 있으니 최적의 온도와 시간 체크 필요)
함께 먹을 치즈나 과일을 준비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