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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Jan 22. 2024

77. 비 오는 수요일엔
'치즈버터 군고구마'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77  (23.09.20)

휴직 D+112일

오늘의 아침 밥상 '치즈버터 군고구마'

비 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 대신 군고구마~


이 말을 알아들었는가? 알아들었다면 연식이 꽤나 되신 분이라고 생각이 된다. 

위의 말을 알아들어 버렸다는 사실에 마음이 쿵 내려앉은 분들이 더러 있을 것 같다. SNS에 같은 내용을 올렸더니 비슷한 나이대의 지인들 댓글이 엄청나다. 바로 알아들어버렸다는 후회와 탄식부터 본인은 절대 모른다고 잡아떼시는 분들까지... 


그런데 왜 나이 들었다면 이렇게 싫어해야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예전에도 늙었다는 말을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가 강해지는 것 같다. 장년층 마케팅을 하는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요즘 장년층 마케팅을 하면서 '실버'라는 단어나 '어르신'이라는 단어는 함부로 사용하면 안 되는 단어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요즘은 중년들에게는 중년이라는 말이 실례고, 장년에게는 장년이라는 말이 실례고, 30대에겐 30대로 보인다는 말이 실례인 세상이니, 조금이라도 더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왜 이렇게 늙는다는 것에 질색을 하는지는 정말 잘 모르겠다. 


최근 이런 경향이 너무 심해지다 보니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라는 말이 나와서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고 있는데, 정말 그렇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많은 경험을 통해 익어가는 것일 수도 있으니 그 나이 들어감의 장점을 보는 것이 중요하리라. 또 그 나이 먹어감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진정한 '익어감'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원숙해지려는 노력도 함께 필요하리라.


비 오는 수요일 아침에 고구마를 맛있게 구워 '익히다' 보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호박고구마 + 버터 + 치즈'의 조합으로 따님의 평가는 A+다! 이 조합에 A+이 안 나오면 이상하지!

따님의 A+ 평가에 기분이 업 되어서였을까? 아침 밥상에 앉아 나는 쓸데없이 옛날이야기를 꺼내버렸다. 


'다섯 손가락'이라는 그룹이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그래서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비 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를 선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이야기해 주니, 따님의 반응은 '옛날 사람' 구경에 신기해하는 표정이다. 


하긴 다섯 손가락의 노래는 1985년 발표된 노래니 그럴 만도 하다.(이렇게 옛날 노래인 줄은 나도 처음 알았음) 그래서 내가 너무 '옛날 사람'처럼 보일까 봐 '김범수'와 '성시경'도 리메이크했다는 말을 하고 검색해보니 그 노래들도 2000년과 2004년에 발표됐다. 모두 우리 딸이 태어나기 전에 세상에 나온 노래들이다. 정말 내가 연식을 많이 먹긴 한 것 같다. 


그래,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지. 대신, 오늘 아침 밥상의 익은 고구마처럼 누구나에게 흐뭇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멋지게 익어서 언제나 찾고 싶은 '맛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77번째 아침 밥상 : 치즈버터 군고구마

소요시간 : 20~30분 (에어프라이어 종류에 따라 다름)

[재료]

고구마, 버터, 모짜렐라 치즈 또는 슈레드 치즈, 파슬리 (선택)


[레시피]

고구마를 잘 씻어서 에어프라이어에 180~190도로 20~30분 구워낸다. (에프마다 시간 상이)

고구마가 익으면 가운데를 갈라서 버터를 끼우고 치즈를 뿌려 상에 올린다


[Tips!]

고구마는 꼭 호박 고구마를 사용 (밤고구마는 목이 막힘)

버터는 앙버터를 만들 때처럼 두툼하게 썰어서 끼우면 더 맛있음

파슬리는 장식이 필요한 경우 사용 (맛과는 전혀 관련 없음)


★아침아빠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ads_breakfast_morning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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