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D+146일
오늘의 아침 밥상 : 수제 오레오 치즈케이크
이런 건 사 먹는 거지 만드는 게 아냐!
아침 일찍 울려 퍼지는 아내의 목소리, 맛이 없다는 뜻이다.
이니, 맛이 없는 게 아니라 치즈 케이크가 녹아서 일 수도 있다. 만든 사람으로서는 아내의 말을 그렇게 해석하고 싶었다. 따님은 맛있다고 A+를 주고 등교하셨는데 아내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수제 오레오 치즈케이크는 오래전부터 만들고 싶었던 메뉴다. 인스타에서 레시피를 본 후 '이거 나도 만들 수 있겠는걸?' 하는 생각에 여러 번 만들어 보려 했으나, 그때마다 아내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계속해서 다른 메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수제 오레오 치즈케이크' 만들기를 방해(?) 해 왔으니 어쩌면 아내의 이런 반응은 예견된 일일 수도 있겠다.
완성한 치즈 케이크는 4시간 이상의 냉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젯밤에 만들었는데, 어쩌면 달밤에 체조하듯 주방에서 부산을 떨고 있었던 내가 보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참고로 설거지는 밤에 내가 다 잠)
아내의 이런저런 불만 속에서도 나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수제 오레오 케이크를 만들어 냈고, 어찌 되었건 따님이 좋아하셨다.^^
딸은 디저트를 좋아한다
문제는 밥을 다 먹고 디저트를 먹는 게 아니라 디저트만 먹는 행위를 어린 시절부터 오래 반복해 왔다는 것. 최근 이 행동은 많이 개선(?)되어 '디저트 금쪽이'를 벗어나고는 있으나, 여행을 가서 조식을 먹을 때도 디저트류에 먼저 손이 가고 있는 딸을 보면 그녀의 디저트 사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딸을 위해 오늘 아침은 온전히 디저트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주관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맛이 없는 게 아니라 냉동실에서 꺼내 빠르게 먹지 않아서 아내가 싫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 냉동에서 꺼낸 지 시간이 좀 지나서 아내가 시식하셨는데, 이렇게 되면 생크림이 물렁해져 맛이 없어진다. 혹시 '수제 오레오 케이크'를 만들기로 결심한 분이 있다면 충분히 얼린 상태에서 녹기 전 딱딱할 때 드시길 권유드린다.
케이크를 맛보고 불평하던 아내의 치즈케이크를 빼앗았다
커피를 내리려고 아내가 식탁에서 잠시 일어난 사이, 나는 아내가 먹던 케이크 조각을 치워버렸다.
'어? 자기가 다 먹어버렸어?' 살짝 당황하시는 아내님.
나는 삐진 표정으로 말했다.
'다시 얼려줄게. 얼면 더 맛있다고요...'
101번째 아침 밥상 : 수제 오레오 치즈 케이크 (난이도 中)
소요시간 : 30분~40분 (전날 밤 미리 제작 필요)
[재료]
오레오 쿠키 20개, 크림치즈 200g, 생크림 200ml, 버터 26g, 설탕 3큰술 (단것 좋아하면 더 넣어도 무방)
[레시피]
오레오 쿠키 10개를 지퍼백에 넣고 홍두깨 등으로 잘게 부순다.
오레오 쿠키 가루와 녹인 버터를 섞어, 종이 호일을 깐 모양그릇의 바닥에 넣고 평평하게 다져 준비
크림치즈와 생크림 설탕을 섞고 어느 정도 섞어지면 오레오 쿠키 5개를 잘게 조각내어 함께 섞는다.
준비한 다진 오레오 쿠키 위에 올려 평평하게 모양 만들어 그릇의 뚜껑을 덮어 4시간 이상 냉동
[tips!]
그릇의 크기가 중요. 가로 12cm, 세로 12cm, 높이 6cm 사각 그릇을 사용함
가로 19cm, 세로 12Cm, 높이 6cm까지 사용가능. 이 이상의 면적의 그릇을 쓰면 바닥 오레오가 더 필요
오레오 맛을 더 느끼고 싶은 경우 생크림, 크림치즈 섞을 때 5개 이상 넣는 것을 추천
냉동에 4시간 이상 충분히 얼리고 물렁해지기 전에 빠르게 취식을 권장
블루베리를 함께 넣고 만드는 것도 추천함
오렌지 루이보스, 홍시와 함께 먹으니 더 맛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