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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Feb 29. 2024

103. 바삭 vs 단짠
'감자채 전'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103 (23.10.26)

휴직 D+148일

오늘의 아침 밥상 '허니 갈릭 버터 감자채 전'

새벽 기상을 알리는 알람과 함께 어제 정리해 놓은 레시피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사뭇 비장함이 있는 새벽이다. 얼마 전 큰맘 먹고 구입한 채칼을 처음 사용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니 그깟 채칼을 쓰는데 무슨 비장함이 있냐고? 


이 채칼로 말씀드리자면, 

구입한 바로 다음날 아내님께서 손을 다치신, 그래서 약 2주일간 싱크대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채칼이다. 채칼을 보고 있으면 '안전 홀더를 사용해야 한다'는 나의 말을 무시하시 사용하시다 손을 크게 다치신 아내 덕분에 응급실로 뛰어다녔던 그날 저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날 우리나라 응급진료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껴 강력하게 비판하고 싶지만 오늘 이 글에선 참기로 한다)

아무튼, 그래서 이 채칼을 보고 있으면 나도 심장 박동이 조금씩 빨라짐을 느끼곤 했었다. 


'그렇다! 오늘 안전하게 쓰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연한 각오로 채칼 사용에 돌입했다. 안전 홀더를 사용하니 손을 다칠 염려가 없다. 그리고 힘든 칼질 없이 얇게 채 썰어져 나오는 감자채를 보면서 채 썰기의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제부터 안전하게 쓰면 되는 거야!'


그렇게 채를 썰고 감자 채전을 부쳐서 아침을 준비했다. 

감자채 전을 잘 부치고 나서 오늘 아침 밥상 준비의 가장 큰 고비가 다가왔다. 


오늘 참고한 레시피는 

  1. 총 2장의 '감자채 전'을 부치고

  2. 감자채 전 두 장 사이에 치즈를 올려 녹여 두 장을 서로 붙인 다음

  3. 감자채 전에 '허니 갈릭 버터'를 듬뿍 발라 마무리

하는 레시피였는데, 마지막 '허니 갈릭 버터'를 발라야 하는지 결정할 순간이 온 것이다.  


왜냐하면 감자채 전은 '바삭하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솔직히 바삭하게 부쳐진 감자채 전 2장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또 따님도 전이나 부침개의 바삭한 식감을 선호한다. 하지만 그에 더해 따님은 언제나 새로운 메뉴를 원하기 때문에 '치즈로 2장의 감자채 전을 서로 붙여서 구워내는 것'으로 새로움을 주고는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허니 갈릭 버터'였다. 바삭하게 구운 '감자채 전'에 버터를 바르고 다시 구워낸다면 분명히 바삭함이 없어질 것 같았다. '익숙한 바삭함에 치즈의 짭짤함만 더할 것인가?' 아니면 '바삭함은 포기하고 단짠을 구현할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결국 '레시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굳게 믿고 최종적으로 '허니 갈릭 버터 바르기 추가'를 결심한 뒤 버터와 꿀, 다진 마늘을 섞어 '허니 갈릭 버터'를 만들어 발랐다. 


'앗! 역시...' 그렇다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나의 바삭했던 감자채 전은 버터가 발라짐과 동시에 말랑한 감자채 전으로 변신하였고 '망했다'는 외침이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 가득한, 두근두근 맛 평가의 시간!

감자채 전을 한 입 베어 무는 딸 앞에서 초초한 눈빛으로 그녀의 입을 바라본다. 

"음~ 맛있어!! 이거 단짠이네~"

이 한 마디에 초초함과 스트레스는 확 날아간다. 딸의 평가가 뭐라고, 그녀의 A+ 평가에 방금 전까지 말랑해서 별로고 망쳤다고 생각했던 감자채 전이 아주 맛있게 느껴진다. 역시 딸의 입맛은 단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아침이다. 


그래도 나는 순수한 감자 맛이 나는 바삭한 감자채 전이 더 맛있다. 이게 바로 '아재인증'일까?




103번째 아침밥상 : 허니 갈릭 버터 감자채 전 (난이도 中)

소요시간 : 약 30~40분

[재료] 

감자 2~3개 (큰 것은 2개, 작은 것은 3개), 전분 2큰술, 소금 1/2 작은술, 모짜렐라 혹은 슈레드 치즈, 버터 8g, 다진 마늘 1/2 큰술, 파슬리 1/2 큰술, 꿀 1큰술


[레시피]

감자는 채 썰어 물에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감자를 보울에 넣고 전분 2큰술, 소금 1/2 작은술을 넣고 버무린다

중 약불 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 절반을 올려서 모양을 잡아 앞 뒤로 바삭하게 굽는다

한 장이 다 구워지면 따로 빼놓고 나머지 한 장도 앞 뒤고 굽는다

다 구워지면 치즈를 얹고 그 위에 미리 구워놓은 감자채 전을 덮는다.

치즈가 녹을 때까지 바삭하게 굽는다  (여기까지만 해서 먹어도 맛있음)

버터 8g, 다진 마늘 1/2 큰술, 파슬리 1/2 큰술, 꿀 1큰술을 섞은 '허니 갈릭 버터'를 윗면에 바름

뒤집어서 구워내면 마늘향과, 꿀, 치즈, 버터 맛이 어우러져 단짠 감자채 전이 된다.


[Tips!]

팬은 사이즈가 크지 않은 것으로 굽는 것이 동일한 모양으로 2장 굽기에 편함

버터와 꿀, 마늘의 양은 취향에 따라 가감 가능

뒤집개는 최대한 큰 것을 사용해야 잘 뒤집어짐


★아침아빠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ads_breakfast_morning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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