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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Nov 01. 2023

24. 두부와 스팸의 두께, 뭣이 그리 중헌디?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24 (23.07.10)

휴직 D+40일

오늘의 아침 밥상 '스팸 두부 가츠'

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쓸데없이 모든 것에 정확하게 하려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지나친 완벽주의는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고들 한다. 그런데 지나친 완벽주의는 정신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업무에 있어 성과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불필요하게 정확함을 추구하다 보니 의사 결정이나 업무 진척 속도가 느려질 수 있고, 이로 인해서 시장에서 빠른 선점의 기회를 놓친다거나 프로젝트 진행의 지체로 비용이 과다 소요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성과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물론 정확한 업무 처리로 인해서 빛나는 업무의 성과를 내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그래서 지금이 완벽주의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나 타이밍인지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판단력이 매우 중요하다. 즉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이다. 완벽주의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과 시점에는 철저하게 적용하고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당히 융통성도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지나친 완벽주의의 폐해를 알면서도 가끔  쓸데없는 것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를 발견한다. 바로 오늘 아침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두부 사이에 스팸을 넣고 기름에 튀겨내는 메뉴다. 말로만 들으면 '뭐 이 정도에 완벽함을 추구?'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오늘의 완벽함의 포인트는 바로 두부와 스팸을 동일한 사이즈로 붙여서 튀겨내야 하다 보니 가로 세로 높이의 사이즈가 동일해야 한다는 완벽주의가 발동한 것이다.


두부와 스팸을 잘라 놓고 보니 스팸의 두께가 많이 두꺼운 것이 아닌가? 순간 스팸의 두께를 다시 더 잘라내고 조리를 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오는 것이었다. 살짝 잘라내니 이번엔 스팸의 기울기가 안 맞아 두부와 붙이니 매우 모양이 불량하다. 이런 식으로 몇 개의 스팸을 망치고 나니 이러다간 딸의 등교 시간 전에 밥상을 못 차리는 것은 물론, 망친 스팸으로 오늘 저녁까지 스팸반찬을 구워 먹어야 할 것 같았다.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지금은 완벽추구의 타이밍이 아니야'라고 나를 달래며 '스팸 두부 가츠'를 마무리했다.

중간에 정신줄을 놓지 않은 덕분에 등교 전에 아침 밥상을 차릴 수 있었다. 딸의 평가는 A0다. 

A+를 주지 않은 이유는 달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레시피 영상에서 처럼 돈가스 소스라도 뿌리거나 내놓았어야 한다는 것을 깜빡했다. 그놈의 스팸 두께 때문에 정신이 나갔었나 보다. 


딸이 등교한 후 주방을 치우다 보니 주방 한쪽에 계란 1개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아차!  빵가루를 묻히기 전에 계란 물을 안 묻혔다! 어쩐지 굽기가 좀 힘들더라니... '

이것도 역시 스팸 두께로 정신을 뺏긴 덕분에 발생한 사태다. 스팸 두께 가지고 완벽함 추구니 뭐니 난리를 떨다가 정작 계란물도 안 묻힌 나 자산이 애처롭다. 그래도 용케 망치지 않고 이만큼 잘 구워낸 게 어딘가? 나 자신에게 칭찬 아닌 칭찬을 해준다. 그러고 나는 아내가 보지 못하게 조용히 계란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의 아침 밥상 '스팸 두부 가츠' (난이도 中下)

소요시간 : 약 30분


[재료] 

스팸 1캔 200g,  두부 1모 300g, 밀가루, 계란 1개, 빵가루


[레시피]

스팸은 가장자리 둥근 부분은 잘라내고 직사각형 모양 4개가 나오도록 자른다

두부는 스팸 크기에 맞게 총 8조각이 되도록 자른다

키친타월을 활용해 두부의 물기를 충분히 제거해 준다

두부 4개 위에 스팸을 올리고 그 위에 다시 두부를 덮어주어 총 4 세트를 만든다

밀가루와, 빵가루를 따로 준비하고, 계란 1개는 소금 한 꼬집 넣고 풀어서 준비한다.

준비한 스팸두부를 밀가루 → 계란 → 빵가루 순서로 묻힌다

중 약불로 세팅한 팬에 기름은 아래 부부만 살짝 잠길 정도로 앞뒤 옆으로 노릇하게 구워낸다.

식힘망 위에 키친타월을 놓고 기름기를 제거하고 한 김 식혀서 자르고 플레이팅 한다.


[Tips!]

접시에 놓을 때는 구워진 모양 그대로 내놓아도 좋고 반을 자르거나 4등분을 해서 내놓으면 더 예쁘다

빵가루가 타지 않도록 불 조절 하는 것이 중요. 처음에는 중불로 시작해서 중 약불로 내리면서 조리


※ 참고 레시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YKK17C5oM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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