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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침아빠 Mar 26. 2024

122. 예쁘고 간편한 아침 식사
'고깔 김밥'

휴직 아빠의 아침 밥상 #122  (23.11.20)

휴직 D+173일 

오늘의 아침 밥상 '고깔 김밥'

새벽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어김없이 일어나 밥상 차릴 준비를 한다. 

122번째 반복하는 휴직 후의 일상이다.


휴직을 하기 전에도 나는 새벽 6시에 일어났었다. 

새벽 6시에 기상해서 씻고 옷 입고 출근 준비를 한 후 회사로 향하면 출근시간에 맞춰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회사가 정한 출근해야 하는 시간'보다는 한참 일찍인, 내가 책상에 앉고자 하는 시간에 맞춰 내 자리에 앉아있었다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그렇게 25년 차가 될 때까지 출근하는 일을 반복했었다. 

왜 그렇게 이른 시간으로 스스로의 출근시간을 잡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물론 이른 시간부터 회의가 있기도 했고, 해외 고객사와 컨퍼런스 콜이 있기도 했고, 이런저런 다양한 업무들이 있었지만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도 나는 그렇게 이른 시간에 출근을 했었다. 어쩌면 그 마저도 습관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이른 시간 출근이라고 해도 출근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물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것도,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도, 프로젝트에 대한 막연함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다 힘이든 일이었지만 내 삶 전체를 보면 '회사 생활'이라는 것은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 삶의 큰 부분을 채우고 있었던 회사생활에는 내가 진정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했던 '나의 일'이 있었고, 나의 동료들도 있었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온 많은 것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었으니 말이다. 그 회사생활이 싫었다면 나는 이미 퇴사를 했을 것이고 다른 직장을 찾았을 것이다. 가끔은, 아니 어쩌면 자주 나는 회사생활을, 그리고 회사를 미워하기도 하고 투정도 부렸지만 또 그랬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 동안 회사생활을 즐기고 사랑했었던 것 같다.


휴직이 이제 약 5개월 정도 남았다. 

절반 이상을 지나오니 이젠 휴직기간의 삶도 돌아보게 된다. 이렇게 돌아보고 정리하는 것도 습관인 것 같다. 

나는 휴직으로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찾았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삶을 살아내고 싶은 것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휴직과 함께 완전한 고립이나 쉼을 꿈꾸기도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의 회사생활은 멈춰 있지만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우리 가족의 일상은 계속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또 가족의 일원으로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존재한다.


사실 휴직을 하면서 크게 느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회사생활 25년간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알과 가정의 균형>이다.'라고 생각했고, 또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휴직을 하고 생각해 보니 회사생활 25년 동안 내 머릿속에는 항상 회사가 먼저였고 회사가 더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회사를 우선하는 삶마저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이렇게 회사라는 바퀴를 멈추고 보니 가족이라는 바퀴가 계속 굴러가고 있었는데 내가 너무 무심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회사와 가정 사이의 경중.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 것인지 절대적인 답은 없을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어느 정도 비중이어야 하는가?'라는 거대한 담론을 들고 토론을 하거나 주장을 할 생각도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 '내 인생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가치는 <가족>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살았으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이번 휴직으로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5개월 후 복직을 하면 조금은 달라지리라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성격상 내가 회사 생활을 소홀히 할 리도 없다. 다만 이제는 회사로 돌아가도 내 삶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쏠리는지' 정도는 느낄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을 조절하고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굴리면 한 바퀴 굴러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고깔 김밥을 만들었다.

내가 복직해서 다시 회사생활에만 몰두하게 되더라도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 생활이 있음을 금세 알아차리고 가족에게 더 신경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오늘도 따님의 평가는 A+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모습을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일도 참 좋다.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휴직을 응원해 준 아내와, 그저 회사 생활에만 집중해서 살아온 아빠에게도 환한 웃음을 지어주는 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너무 진지한 아침이다. 

나다운 것은 뭘까? 그렇다.... 많이 먹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김밥을 아주 많이 먹었다.

배가 부르니 더 행복하다.^^



122번째 아침 밥상 : 고깔 김밥 (난이도 下)

소요시간 : 20~25분

[재료] 

감밥김 2장, 밥 1 공기, 크래미 2개, 단무지 2줄, 로메인 3~4장, 치즈 4~5장, 참기름, 깨, 후추


[레시피]

김은 절반으로 잘라 준비하고 밥은 1 공기 정도 준비한다

크래미는 찢어 준비하고, 단무지 잘라 준비, 치즈는 2등분 하여 준비한다.

참치는 기름을 빼고 마요네즈와 후추 넣어 섞어 준비한다.

김 위에 밥은 절반 정도만 깔고

밥 위에 마요참치 → 치즈→ 로메인→ 크래미→ 단무지 순서로 올려 고깔 모양으로 만다.

참기름을 살짝 바르고 깨를 솔솔 뿌리면 끝.


[Tips!]

참치 기름을 꼭 제거해야 김밥을 말았을 때 물기가 생기지 않는다.

밥이 너무 뜨거우면 김밥이 눅눅해진다 한 김 식혀서 김밥을 마는 것을 잊지 말 것


고깔김밥은 일반 김밥보다 만드는 것은 훨씬 수월하지만 비주얼도 그럴듯하고, 맛도 좋다.

바쁜 아침시간 이만한 레시피도 없는 듯하다. 간편한 아침 식사를 찾는다면 꼭 한번 만들어보길 바란다.


♥구독을 해주시면 힘이 납니다^^♥

★아침아빠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dads_breakfast_morningpapa


※ 참고 레시피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eeygB8PYu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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