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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Mar 08. 2024

난생처음 해보는 일들

책을 내니 난생처음 해보는 일들이 생긴다. 그래도 작가라고 이런저런 제의가 들어온다. 이건 다 출판사가 열일해준 덕분이다. 마케팅에 이렇게 진심인 출판사는 아마 또 없을 것이다. 큰돈을 들여 광고를 여러 편 제작한 것으로 모자라, 책의 내용으로 카드뉴스도 만들었다. 그중 한 편이 네이버 포스트 전체 1위를 찍었다. 무려 6만 7천 뷰가 넘어갔다. 책을 내려는 분들에게 정말 웨일북 출판사 강추한다. 웨일북이 아니라 킹일북이다. 출판사 주식이라도 사고 싶은데, 없어서 아쉽다. 성심당 빵셔틀이나 자주 해드려야겠다. 정말 감사하다.

     

작가로서의 첫 경험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였다. 처음에는 책 홍보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기자분은 많은 작가를 만나본 전문 인터뷰어였다. 그래서인지 질문들이 깊이가 있었다. 책을 꼼꼼히 읽은 평론가의 바이브가 느껴졌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훨씬 길게 했지만 참 즐거웠다. 기자분도 그랬던 모양이다. 출판사 마케팅팀에 “60명 넘는 작가를 만나봤지만, 가장 인상적인 인터뷰 중 하나”라고 하셨단다. 그런데 기사가 나오고 나서야 안 사실이 있다. 기자분이 이미 오래전에 내 브런치 글을 읽어보았다는 것이다. 특히 음악 추천이 좋았다고 했다. 에이 그럼 미리 말씀 좀 해주시지. 하긴 인터뷰 때 음악 이야기까지 나왔으면, 몇 시간은 더 했을지도 모른다.

     

유튜브 촬영 제의도 있었다. 어떤 신생 회사의 채널이었는데, 주제가 무려 성공담이었다. 그러니까 “난 이렇게 성공했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다. 이 제안은 장고 끝에 정중히 고사했다. 일단 영상물에 얼굴을 내밀기에는 비주얼이 자신 없었다. 성공담이라는 콘셉트도 부담되었다. 이제 책 한 권 낸 초짜 작가인데, 성공 운운하며 일장 연설을 하기가 영 민망했다. 그래서 이건 다음에 정말로 성공한 후에 하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유튜브 촬영 제의가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미리 피부관리라도 받아야겠다.

     

4월에는 도서관 강연도 하게 되었다. 달성군립도서관에서 과학의 달을 맞아 기획했다며 연락을 주셨다. 강연은 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서 바로 수락했다. 4월 2일과 4월 9일, 2강에 걸쳐 진행한다. 『최소한의 과학 공부』의 1부와 3부를 중심으로 하게 될 것 같다. 강연 주제도 정해두었다.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과학”. 이 제목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현대인으로서 과학이 베푸는 문명의 혜택을 잘 알자는 것이다. 과학은 전문가의 실험실이 아닌, 내 삶 속에 스며들어 있음을 알리고 싶다. 둘째는 과학을 아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에필로그에서도 강조했지만, 자연의 신비나 과학적 사유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그 자체로 벅찬 감동을 준다. 그 지적 즐거움을 찾으려 노력할수록 삶도 풍요로워진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사실 강연은 처음이라 걱정도 된다. 학회나 워크숍 발표는 여러 번 해보았는데, 대중강연은 어떨지 감이 안 잡힌다. 문득 몇 년 전 회사에서 했었던 김훈 작가 강연이 떠오른다. 난 김훈 작가의 팬이라서 며칠 전부터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막상 강연이 시작되니, 생각만큼 재미는 없었다. 일단 김훈 작가의 태도가 아주 심드렁했다. “내 얘기 듣고 싶으면 듣고, 아니면 말고” 딱 이런 느낌이었다. 물론 대가가 괜히 대가가 아닌지라, 메시지에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말씀은 그리 많이 안 하셨다. 역시 그분의 시그니처인 직설과 간결한 문장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끝나고 책에 사인도 받았는데, “선생님 팬입니다.”라는 내 말에 귀찮다는 듯 “네~”하고 정말 사인만 해서 주셨다. 이렇게.


어쨌든 나는 김훈 작가 같은 네임드가 아니니,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도서관 담당자분께 청중의 연령층이 대략 어떤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10대부터 60대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신다고 한다. 과연 어떤 분들일지, 어떤 눈빛으로 내 이야기를 들을지, 가벼운 설렘이 인다. 과학에 대해 뭔가를 알려주겠다는 오만한 생각은 안 할 것이다. 무조건 재미있게 하겠다.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오신 분들이 후회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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