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방학(2020), <나미브>
네 품에 안겨 있으면 내 귓가에는 파도가 치네
이토록 가까운데 우리 사이 부는 아득한 바람
제때 울 줄을 몰랐기에 혼나곤 하던 아이의 맘속
사막은 커지다 못해 급기야 바다에 이르렀네
넌 묻지 "왜 또 자꾸만 싹도 틔워줄지 모를 내게로 와"
난 웃지 "너와 마찬가지야 제멋대로 흘러넘쳐 온 것뿐"
수억만 개 내 모래알들이 네 바다에 닿으면
답장 없는 저 밤하늘에 잠겨있던 모든 별들이
산호초처럼 깨어났으면
난 묻지 "왜 안을 때면 다른 모든 세상과 등지게 될까"
넌 웃지 "그래도 그 덕분에 이토록 확실한 네 편이 있어"
수억만 번 네 파도 소리가 내 사막을 적시고
두 번 다시 들추기 싫어 잠가놨던 설레임들이
낯선 꽃으로 피어나
흐드러지게 붉던 정원은 한낱 찰나의 꿈이었던가
익숙해 또 한 번 산산이 부서져 낱낱이 흩어져
수억만 개로
내, 내 모래알들이 네 바다를 채우면
답장 없는 저 밤하늘에 잠겨있던 모든 별들이
산호초처럼 빛을 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