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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Sep 20. 2024

글을 쓰는 모든 이를 위하여

백넘버(2020), <수평선(水平線)>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다.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데 얼마나 많은 공력이 필요한지는 써본 사람만 안다. 물론 그 공력이 잘 조직된다면 독자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줄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써 드러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작가가 써 내려간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침윤한 고뇌와 번민과 성찰의 깊이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세상에서 단 한 명, 오직 자신만이 알 뿐이다.

     

그런데도 왜 그리 많은 사람이 글을 쓸까? 이 어렵고 비효율적이기까지 한 일을 말이다. 이곳 브런치만 봐도 매일 어마어마하게 많은 글이 쏟아진다. 물론 저마다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취미로, 달리 할 일이 없어서, 공감을 얻으려고, 공명심에 불타서, 돈을 벌려는… 이유도 있으려나? 그런 사람에게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글로 돈 벌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아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급 글빨러는 예외다. 그런 경우라면 당장 생업을 그만두고 글만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 치고, 나는 왜 글을 쓸까? 누군가 물으면 “나의 사유와 개성을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답한다. 그래도 좀 있어 보이려고. 하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그게 정말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인지. 브런치를 시작하고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는 날이 없다. 감사하게도 그중 일부는 책이 되어서 많은 독자의 사랑도 받았다. 그런데 가끔은 회의도 든다. 이렇게 자신을 학대하며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어젯밤 좋아하던 곡을 듣다가 문득 그 답이 될지도 모를 문장을 만났다. 일본 밴드 백넘버의 <수평선(水平線)>이란 곡이다. 이 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발표되었다. 팬데믹으로 전국고등학교종합체육대회(일명 ‘인터하이’… 『슬램덩크』에서 전국대회로 번역된 그 대회)가 역사상 처음 취소되자, 대회를 준비하던 고등학생들이 백넘버에게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읽은 리더 시미즈 이요리는 학생들의 슬픔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또한 학창 시절 인터하이를 목표로 뛰었던 육상 선수였고, 그해 개최지는 고향인 군마현이었으니까. 무엇보다 백넘버는 인터하이 개회식에서 공연할 예정이었다. 결국 시미즈는 학생들을 위해서 이 <수평선>을 쓰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선배로서, 또는 어른으로서 해줄 멋없는 대사들을 고민해 보았지만, 우리는 그저 밴드이기에 위로도 격려도 아닌 음악을 여기에 두겠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 곡에 위로, 격려 비슷한 단어는 단 하나도 없다. 가사를 읽어보면 내가 너를 위로해주겠노라는 시혜적인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소박한 믿음을 담담한 일상의 언어로 전하고 있다. 그렇게 이 곡은 대회를 준비하다 좌절했던 청소년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본래 무료로 공개한 이벤트성 곡이었지만, 인기가 워낙 높아지자 2023년 발매한 정규 7집에도 수록되었다.

     

가사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함성과 박수 속에 누군가의 비명이 숨어있어 / 버텨야 하는 이유를 찾으며 / 몇 번이고 답을 껴안아가며 고민해서 / 당신은 자기 자신을 알게 되겠지.” 곡을 쓴 시미즈는 아마도 실의에 빠진 고등학생들을 떠올리며 한 말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힘겹게 글을 쓰는 작가들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다. 어쩌면 그 고생을 해가며 글을 쓰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가 아닐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 질문, “나는 누구인가?”. 작가란 그 답을 알아내고자 글로써 수행하는 구도자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구도자는 남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진리를 찾고자 고행을 자처한다.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같은 처지에 있는 또 다른 구도자일 뿐이다.

      

그래서 나도 작가로서 말하고 싶다. 바로 지금,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괴로워하는 당신, 잠시 멈추고 이 영상을 한번 보라고. 이 가수가 전하는 노랫말을 음미해보라고. 오늘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려 분투하는 당신의 건필을 바란다.

     

出来るだけ嘘はないように
되도록 거짓말은 없도록
どんな時も優しくあれるように
어떤 때에도 상냥하게 있을 수 있도록
人が痛みを感じた時には
다른 사람이 아픔을 느꼈을 때는
自分の事のように思えるように
자신의 아픔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正しさを別の正しさで
올바름을 또 다른 올바름에
失くす悲しみにも出会うけれど
잃어버리는 슬픔과도 만나겠지만     

水平線が光る朝に
수평선이 빛나는 아침에
あなたの希望が崩れ落ちて
당신의 희망이 무너져내려서
風に飛ばされる欠片に
바람에 흩날리는 파편에
誰かが綺麗と呟いてる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중얼거리고 있어
悲しい声で歌いながら
슬픈 목소리로 노래하며
いつしか海に流れ着いて光って
어느새 바다로 흘러 들어가 빛나고
あなたはそれを見るでしょう
당신은 그것을 보겠지     

自分の背中は見えないのだから
자신의 등은 볼 수 없으니까
恥ずかしがらず人に尋ねるといい
부끄러워 말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도 돼
心は誰にも見えないのだから
마음은 아무도 볼 수 없으니까
見えるものよりも大事にするといい
보이는 것보다 소중히 여겨야 해
毎日が重なる事で
매일이 쌓여가기에
会えなくなる人も出来るけれど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생기겠지만

透き通るほど淡い夜に
투명해 보일 정도로 엷은 밤에
あなたの夢がひとつ叶って
당신의 꿈이 하나 이루어지고
歓声と拍手の中に
함성과 박수 속에
誰かの悲鳴が隠れている
누군가의 비명이 숨겨져 있어
耐える理由を探しながら
버텨야 할 이유를 찾으며
いくつも答えを抱えながら悩んで
몇 번이고 답을 껴안아가며 고민해서
あなたは自分を知るでしょう
당신은 자기 자신을 알게 되겠지     

誰の心に残る事も
누군가의 마음에 남는 일도
目に焼き付く事もない今日も
눈에 익는 것도 없는 오늘도
雑音と足音の奥で
잡음과 발소리 속에서
私はここだと叫んでいる
나는 여기 있다고 외치고 있어     

水平線が光る朝に
수평선이 빛나는 아침에
あなたの希望が崩れ落ちて
당신의 희망이 무너져내려서
風に飛ばされる欠片に
바람에 흩날리는 파편에
誰かが綺麗と呟いてる
누군가가 아름답다고 중얼거리고 있어
悲しい声で歌いながら
슬픈 목소리로 노래하며
いつしか海に流れ着いて光って
어느새 바다로 흘러 들어가 빛나고
あなたはそれを見るでしょう
당신은 그것을 보겠지
あなたはそれを見るでしょう
당신은 그것을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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