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즐거움

온라인 릴레이 북토크 공지

by 배대웅

저는 매사에 호불호가 강한 성격인데, 말할 때도 그렇습니다.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리에서는 말을 거의 안 해요. 회사 업무회의가 대표적이겠네요. 공공기관의 회의란 실제 문제해결과는 무관한, 존재감 드러내기 배틀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난 이런 것도 안다는 식의 자랑이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 어필이 난무하는… 그래서 저는 참석자 모두가 꼭 알아야 할 사안이 아니라면, 웬만해서는 말을 안 합니다. 안 그래도 지루한 회의가 더 길어지는 게 싫거든요. 대부분은 회의 후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따로 정보를 전달하는 편이에요. 그 밖에도 제가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의무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말을 잘 안 합니다.


반면에 제가 좋아하는 자리, 좋아하는 주제라면 말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저 스스로 자제하거나, 누가 옆에서 끊지 않으면, 거의 국회 필리버스터 수준으로 떠들 수 있어요. 야구, 음악, 책, 역사, 글쓰기 같은 주제들이 그렇겠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오래 할 수 있는 사람이었나 스스로 놀랄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했었던 글쓰기 세미나에서도 그랬는데요. 원래 40분 정도로 예정했던 발제를, 거의 2시간을 하고 말았어요. 그래서 참여하신 작가님들이 “앞으로 발제는 발제문을 미리 읽어 오는 걸로 대체하자”며 아주 합리적인 건의를 해주셨습니다(작가님들 그때 죄송했습니다).


이런 제가 또 말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바로 온라인 북토크인데요. 아호파파 B 작가님이 준비하시는 ‘책과 연결되는 사이, 문장사이’(사이좋은 사람들 싸이월드랑 헷갈리면 안 됨)라는 플랫폼에서 초대해 주셨어요. 물론 저만 하는 건 아니고, 저보다 훨씬 유명한 두 분의 작가님들과 릴레이로 합니다. 2026년 1월 6일, 13일, 20일 저녁 8시에 줌으로 진행합니다.


명실상부한 브런치의 대표 작가 김하진님이 1월 6일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로 서막을 열고요. 이어서 소설가, 에세이스트, 기자,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시는 문하연님이 1월 13일 『소풍을 빌려드립니다』로 하십니다. 그리고 제가 『연구소의 승리』로 1월 20일에 할 거예요. 원래 매도 먼저 맞는 걸 선호하는 저인데, 이번 북토크는 (다행스럽게도) 맨 마지막에 하게 됐네요. 이렇게 훌륭한 작가님들보다 앞서서 해버리면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차라리 마지막에 하는 게 낫지ㅋㅋㅋ 아마 아호파파 B 작가님도 흥행을 고려해 철저히 유명세 위주로 순서를 짰겠지만요(그래도 록페스티벌에서는 헤드라이너가 마지막 공연을 하던데…).


북토크 참여 신청은 아래 링크로 하실 수 있어요. 세 번 모두는 물론, 개별 주제로도 가능합니다. 참가비는 무료예요. 신청 후에 줌 링크를 받고, 해당 시간에 접속하기만 하면 됩니다.


사회는 저와 글쓰기 세미나도 함께 했던 아름다운이란 작가님이 맡아주셨어요. 워낙 말씀도 잘하시고 저와 케미도 좋은 분이라서 기대됩니다. 사실 저는 강연은 몇 번 해봤지만, 북토크는 처음이에요. 찾아보니 북토크는 강연과 달리 저자보다는 사회자와 청중 중심으로, 좀 더 캐주얼하게 진행된다네요. 그렇다면 저도 한층 더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구소, R&D 정책, 과학사 같은 책의 주제도 다루겠지만요. 브런치 작가님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연구소의 승리』는 출판계에서 없었던 주제를 처음 다뤘고, 제 직업적 글쓰기의 정수이기도 한 책이에요. 저는 이 이유들 때문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저는 ‘남들이 안 쓰는, 내가 잘 쓸 수 있는 주제’에 집중하자는 주의이기도 한데요. 출간을 준비하시는 작가님들께 이 책을 하나의 사례로 말씀드릴 수 있겠어요. 그리고 제 브런치에서도 이벤트를 했지만,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이공계로 꼬시는 이야기도 하려고 합니다. 과학자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그러니 주위에 중고등학생이 있으면 같이 오셔도 좋겠어요. 감사하게도 사회를 맡은 아름다운이란 작가님의 고등학생 자녀분도 참여하신다고 하네요.


여하튼 제가 북토크를 위해 준비할 건 단 한 가지입니다. 그거슨 바로 ‘말을 줄이는 기술’. 북토크 시간은 딱 80분으로 정해져 있거든요. 말하기 좋아하는 제가 너무 떠들지 않게, 자중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그럼 작가님들, 1월 20일 저녁 8시에 온라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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