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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Aug 22. 2023

소개팅 후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이 글은 @일상다반사 작가님의 2023년 8월 21일 글 '우리 같은 사람이 소개팅을 나간다면?'에서 영감을 받아 썼습니다.


소개팅을 했다면, 생각할 것은 단 한 가지다. 내가 가진 매력을 보여주는 것. 그런데 짧은 만남의 특성상 기회는 많지 않다. 스쳐가는 사소한 기회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음악은 거기에 아주 적절한 도구다. 영화 '비긴 어게인'의 명대사를 상기하자.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어.” 첫 만남에서 바로 까이지만 않는다면(...), 애프터와 삼프터를 하면서 함께 음악을 들을 때가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집에 바래다준다든가, 가볍게 드라이브를 한다든가. 이때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의외로 이미지에 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주의할 것이 있다. 평소에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소개팅 국면에서는 피해야 할 음악 유형이 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버즈, 임창정 류의 노래방 애창 발라드 : 아재 같아 보일 수 있다

2) 아이돌 후크송, 애니메이션 OST 수록곡 : 덕후 같아 보일 수 있다

3) 힙합 또는 일렉트로니카 : 대화에 방해된다(+ 힙합은 가사에 패드립이 나올 수 있다)

    

오해는 하지 말자. 위의 음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소개팅에서는 전략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럼 대안은? 세련되면서도 힙한 팝 스타일의, 가수는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사운드와 리듬 패턴은 귀에 익숙한 곡이면 좋다. 한 마디로 와인바 같은 데서 흘러나올 것 같은 곡이면 된다. 장르로 보면 어반R&B, 애시드재즈, 시티팝, 인디록, 로파이 뮤직 등이 이에 해당한다.



     

1. The 1975, <Sincerity is Scary>

     

적당히 유명한 밴드의 그럭저럭 신선한 사운드. 가볍게 어깨춤을 출 수 있는 그루브함과 매력적인 보컬이 어색한 분위기를 녹여줄 것이다.  


2. Tom Misch, <South of the River>

     

힙한 사운드를 논할 때 이 기타리스트를 빼놓을 수 없다. 재즈도 아닌 것이 록도 아닌 것이 소울도 아닌 것이, 묘한 사운드를 뿜어낸다. 그런데 그 매력이 정말 묘하게 쩐다. 이 곡도 그렇다. 바이올린으로 시작하는 도입부가 귀를 잡아끌면서, 변칙적이고 독특한 리듬 전개에 흥이 안 날 수가 없다.


3. PREP, <Line by Line>

     

힙한 사운드를 논할 때 이 밴드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홍대병 걸린 힙스터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뭐 워낙 유명해져서 시들해진 느낌이다. 코맹맹이인지 변성기가 안 지난 목소리인지, 보컬이 되게 특이하다. 경쾌한 드라이브에 어울리는 시티팝 사운드를 선보인다.


4. Jacob Banks & Louis the Child, <Diddy Bob>

     

그 옛날 Joe Cocker를 연상시키는 멋진 허스키 보이스. 리듬을 절묘하게 타면서 재지한 매력을 뽐낸다. 재즈바에서 와인 한잔 마시면서 들으면, 와인보다 분위기에 취할 것 같다.  


5. Bren Joy, <Twenties>

     

크으 목소리 한번 소울풀하다. 97년생이 이렇게 능수능란한 보컬을 선보여도 되는 건가. 성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기본적인 성량과 테크닉이 굉장히 탄탄하다. 알게 모르게 John Legend 느낌도 나는 듯하다.


6. Jxxn(진), <To you(Feat. Seungmin)>

     

애시드재즈, 소울, 힙합을 넘나드는 천재성을 보여준다. 비트를 아주 세련되게 찍어낸다. 이 뮤지션의 작품들은 일상의 BGM으로도 잘 어울린다. 앨범도 적고 아직 유명세가 덜하다는 점에서 아는 척하기 좋은 뮤지션이기도 하다.


7. Emotional Oranges, <Personal>

     

관능미와 섹시함이라는 R&B의 기본에 충실하다. 흑인음악을 하는 혼성 듀오라는 구성은 그 옛날 ‘철이와 미애’와도 비슷하다. 그러나 음악만큼은 다르다. 요즘 클럽(옛날 나이트 말고)에 가면 나올 법한 힙하고 세련된 사운드다. 듣다 보면 아무리 몸치라도 둠칫둠칫 몸을 움직이고 싶어진다.


8. Troye Sivan, <Strawberries & Cigarettes>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프로그램의 BGM으로 딱이다. 갈팡질팡하던 남자 출연자가 결국 마음을 정하고, 여자 출연자에게 달려가는 장면에 깔리면 근사하지 않겠는가. 소개팅 이후 고백하는 날 함께 들어도 좋겠다(그래봐야 될놈될이지만).

   

9. John Splithoff, <Farenheit>

     

고막 남친 유형의 매력적인 보컬리스트. 언뜻 들으면 Sam Smith와도 비슷하다. 하지만 Sam Smith는 이미 너무 유명하다. 그래서 소개팅 음악으로는 적절치 않다. 이 가수를 처음 듣는 여자분이라면, 십중팔구는 이거 누구냐고 묻지 않을까.

     

10. 백예린, <Bye Bye My Blue>

     

국내에서 로파이 감성을 가장 세련되게 펼치는 뮤지션이 아닐지. 체감상 남자보다 여자들, 그중에서도 30대에서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그런 만큼 소개팅에서 써먹기에 더없이 좋은 뮤지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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