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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Sep 03. 2023

보통의 하루

이이언(2012), <나의 기념일>


늘 같은 일상 특별할 것 없는 하루
오늘을 기념할 이유 따위는 없겠지만
그래도 첫 시작에서 이제껏 잘 버티어 왔다고
살아가는 것은 살아내는 것이니까
딱히 이룬 것 없어도 자랑할 것 없어도
아무 의미 부여 없이 그저 기억만 하는
나의 기념일


매일매일 지나가는 하루하루 속에
오늘이 특별할 리는 없겠지만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 어느 해 바로 이날에
내 모든 게 시작되었다고

매일매일 하루씩 사라진 날들 이제
거울 속에 담긴 내 모습을 비추고
기억도 나지 않는 아주 오래전 어느 해
첫 번째 파티와 첫 번째 기념일의 기념일

축하해요 고마워요 나에게 내가 말해요
나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이미 지났어도
나를 웃게 나를 울게 하는 모든 것들과
잘 버티어준 날 기념하는 나의 기념일

매일매일 하루씩 사라진 날들 이제
거울 속에 담긴 내 모습을 비추고
기억 속 흐려져만 가는 오래전 어느 해
마지막 파티와 마지막 기념일의 기념일




* Note : 뮤지션 이이언은 좋아하는 가수이자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의 글 저변에 흐르는 극한의 우울함이 마음에 듭니다. 이 노래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 생일 축하곡입니다. 생일마다 느껴지는 자조와 위로의 감정, 그리고 다짐과 희망들을 과장 없이 담으려 했다고 합니다. 어쩐지 오늘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냥 듣기만 하기에는 아쉬워서 화자의 감정에 덧대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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