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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대웅 Sep 24. 2023

서울 하늘

Rod McKuen(1972), <And to Each Season>

서울에서 20년을 살았다. 그 시공간의 곳곳에는 잊지 못할 기억들이 묻어 있다. 그때는 잘 몰랐다. 늘 일상으로 지나치던 공간들, 그 당연하던 풍경들을 그리워할 줄은. 유독 서울의 오래된 향취와 현대적 인프라의 어울림을 좋아했다. 다만 그곳에서 맺었던 인연들, 나눴던 대화들, 잊지 않으려 새긴 장면들은 이제 흔적도 없다. 아마 긴 시간 조금씩 기화되어 지금은 어느 알 수 없는 하늘을 떠돌고 있을 테지. 가끔은 가슴이 아프다. 한때 전부였던 그 가치들이 나와 무관한 것이 되어 그렇게 스러져간다는 사실이.

     

2년 전 이맘 때 서울 출장을 갔었다. 전날 도착해서 자료를 준비하다 기분 전환 겸 숙소를 나가 산책했다. 그때 마주쳤던, 오래전 내게 익숙했던 풍경들. 마침 생각나는 곡이 있어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기억에서 조금만 더 오래 붙들어 두려는 마음으로.


And to each season something is special
그리고 매 계절마다 특별하지
lilac, red rose or the white willow.  
라일락, 붉은 장미, 흰 버들은 말이야
Young men of fortune old men forgotten
운이 깃드는 젊은이들과 잊혀지는 노인들
green buds renewing  
초록의 싹이 다시 태어나고
the brown leaves dead and gone
갈잎은 서서히 소멸해가

Deep down in autumn all of the brown leaves 
가을이 깊어지면 모든 갈잎들은
fall on the garden and cover up the lawn. 
정원으로 떨어지며 잔디밭을 덮지
Let us remember each year in turn then 
결국 우리는 매 해를 기억할거야
when there was sun enough to cover up the wrong
우리의 잘못을 덮어줄 햇살 가득한 그 시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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