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마음에 장갑 안 끼고 뜨거운 냄비 번쩍번쩍 들지 말라니까! 그러다가 떨어뜨려서 다치면 어쩌려고!"
"코로나가 잠잠해졌어도 엄마는 이제 중년의 나이라 면역력이 약할 수 있어. 당분간은 외출 조심하라니깐."
"단 거 당겨도 몸에 안 좋으니 아주 가끔씩 조금만 드셔야 해."
"주차하실 때 항상 조심하세요. 주차하고 내릴 때도 다른 차들 조심하시고요. 주차장에서도 사고 많이 난대요."
"눈 나빠져. 스마트폰 너무 오래 보시지 마세요."
매번 늘어나는, 끊이지 않는 나의 잔소리.
"딸~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 엄마가 애야?"
엄마와 전화를 끊기 전 나는 매번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멀리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나는 늘 걱정된다. 마치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부모님이 바다 건너 멀리 계셔서 일 년에 한두 번 밖에 뵙지 못하다 보니 카톡과 페이스톡을 자주 한다. 어느 쪽이든 2~3일 연락이 뜸하면 덜컥 걱정부터 된다.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닌지.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코로나가 한참 유행했을 때는 혹시 코로나 감염되어 아파서 연락이 안 되는 게 아닌가 서로 걱정했다.
나중에 나이 들어 내 곁으로 가까이 오셔서 살면
그때는 잔소리가 더 많을 것 같아서 걱정이시라는 엄마. 애교 섞인 말투로 잔소리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신다. 어릴 적 엄마한테 잔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때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 나이 드신 부모님의 모든 것이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다 걱정된다.
지금이야 평균이지만 내 또래의 부모님들 세대에선 늦은 나이에 결혼하셨고, 때문에 부모님과 나이차가 꽤 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무조건 젊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셔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말했고, 그 덕분인지 다행히 부모님은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신다는 말을 들으신다.
하지만 나이 드실수록 자주 깜빡깜빡하시고 사소한 실수가 잦아지시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철렁한다. 주변 친구들이나 선배들 부모님의 갑작스러운 부고나 병환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더 불안해진다. 가까이 계시지 않아 자주 찾아뵐 수 없으니 더 그렇다.
학창 시절엔 대학 진학에 온 힘을 집중시키고,
대학생이 되자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 정신없이 달려 나가고, 직장인이 되어 사회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나이 드신 부모님이 눈에 들어온다고 했던가. 나이가 들수록 옛 어른들 말씀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걸 몸소 깨닫는다.
어린 시절, 어른들 기도 속엔 왜 '부자 되게 해 주세요' '훌륭한 사람 되게 해 주세요'가 아닌, 가족의 건강과 행복 같은 소박한 소원만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 소원이 결코 소박하지 않다는 것을.
아마도 난 쉽게 잔소리를 끊지 못할 것 같다.
엄마에겐 미안하지만, 오래오래 내 곁에서 아빠와 함께 나의 잔소리를 들으실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