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번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너빈 Feb 23. 2024

회사밖에선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스타벅스에선 차장님, 부장님 하지 않더라고요.

스타벅스 닉네임을 차장님이나 부장님으로 하면 그렇게 불러줍니다. 회사직함을 스타벅스에서 듣고 싶으신 분이 혹시라도 계신다면 닉네임을 바꿔보심이...


회사라는 곳은 참 신기합니다. 사람을 착각 속에 빠지게도 하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도, 행복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단체생활을 하는 이곳.


어찌 모든 사람과 다 둥글게 살 수 있나요. 맞는 사람이 있다면 맞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죠. 저도 5개 회사를 다니며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또라이질량보존의 법칙. 들어보셨죠? 어딜 가나 이상한 사람은 있기 마련니다.

(물론 저를 또라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을 겁니다. 부정하지 않아요.)


본인을 '회사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외국계회사를 다니던 시절. 전 애사심이 많은 직원이었습니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충만하여 마땅히 내 삶을 회사에 갈아 넣는 것이 싫지 않았어요. 일은 싫었지만 회사는 좋아한 기 현상.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서 걸려있는 회사로고에 뿌듯함으로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어요. 제가 얼마나 애사심이 넘쳐흘렀는지 설명이 될 거 같습니다.


하지만,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 특유의 문화는 많이 혐오했던 거 같습니다.

앞서 발행한 글에서 '갑질'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그들 특유의 말투와 눈빛이 있죠.


귀찮다는 듯한 말투.

특유의 나를 낮게 보는 듯한 태도.

부탁이 아닌 반 명령조의 말투.

(말로 설명이 어려운 그런 게 있습니다. 아실 분들은 아실 거예요.)

등등 그들만의 특징들.


회사가 곧 나다라는 그런 마음은 참 좋습니다. 저도 한 때 애사심이 충만했던 사람으로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회사 간의 계약서에 있는 갑의 위치 또한 나의 위치이다라는 것은 그 결이 약간 다릅니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일을 하는 곳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죠. 회사와 회사 간 계약이지, 그 사람과 나와의 계약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저 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충실히 이행해 준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일을 계약내용대로 잘해준다는 전제입니다.)


앞서 발행한 글에 보면 고객사에서 팀장까지 하다가 정리당하신 분의 글을 보실 수 있는데요.

하나의 예를 들었을 뿐이지만 결국 이것이 현실입니다.

회사에서 얼마나 주요 요직에 앉아있고 많은 사람을 이끌던 팀장이나 본부장이라 할지라도 결국 회사밖으로 나오니 앞치마 메고 샌드위치를 팔 수밖에요.

※ 금수저 또는 모은 돈이 와방 많다던가, 50대 중반부터 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빵빵한 노후준비를 하신 분들은 제외하기로 했어요(ㅋ)


우리 대부분은 각자의 가정이 있는 가장들입니다.(그게 남자건 여자건 상관없이요.)

회사밖으로 나오면 회사 안에서 불리는 직함이 그 무슨 소용입니까.

회사에서 차장이라고 스타벅스에서도 차장인가요?

회사에서 팀장이라고 동네 마트에 가서도 팀장인가요?

그저 누군가의 배우자 또는 부모, 자식일 뿐인겁니다.


회사밖으로 나오면 나도 아저씨고 그 팀장도, 고객도 모두 그저 아저씨이죠.

회사에서의 위치를 인생의 위치라고 착각하는 순간. 그 인생 피곤해집니다. 회사밖에서는 내 말을 쉬이 들어주는 이는 거의 없거든요.


물론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다면 그것은 얘기가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그 서비스가 끝나는 순간 그 아르바이트생 또는 직원들은 나를 그저 아저씨이자 남으로 대하지 않겠습니까.


오늘도 현생을 사는 많은 직장인 분들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내가 인마 너거 서이랑 인마' 같은 식의 본인의 인정욕구를 채우려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아이고 의미 없습니다.

회사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분들? 있기야 하겠지만 많지 않을 겁니다. 제가 그러했던 것처럼. 16년간 5개의 회사를 다니며 보고 경험했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본인의 시간을 팔아 돈과 맞바꾸고 있습니다. 다 동일한 입장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은 여유 있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회사를 다니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일은 잘해야 합니다.

일 제대로 못 하면 욕먹어야죠. 그것은 기본 중에 기본. 베이스로 깔린 상태여야 이 모든 것이 성립할 수 있답니다. 일은 엉망진창이면서 저런 스탠스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고문관' 취급 당할 수 밖에요.


백수가 되니 예전 회사생활할 때의 기억과 경험들이 합쳐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재직당시 이런 생각들을 좀 더 빨리 깨달았다면 조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았을까도 생각해 보는 아침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를 장려하는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